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경선 과정에서 십수억을 썼다"는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검찰의 민주당 경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단서가 별로 보이지 않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보다는 노 대통령에 집중되겠지만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검찰은 "노 후보의 울산조직이 사용한 경선자금은 1억2,000만원이며 실제 쓰인 돈은 수억대"라고 주장한 당시 노 후보 경선캠프 울산팀장 김위경씨를 25일 소환 조사했다. 김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산술적으로 경선자금은 20억원대로 늘어나, 나머지 15개 시·도의 팀장급 조사도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이들이 김씨와 달리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면 자백을 할 리가 없어 출구조사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수사의 핵심은 입구 조사이나 간단치는 않다. 현재 드러난 노 후보 경선자금은 썬앤문과 대우건설로부터 각각 5,000만원을 받은 것 뿐이고, 이마저 다른 수사의 '부산물'로 튀어 나왔다. 수사 관계자는 "기업들을 압박해 몇 달만에 겨우 대선자금을 자백받았는데, 또 다시 경선자금을 대라고 하면 누가 말하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노 후보의 경선캠프 역할을 한 지방자치경영연구원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나라종금 수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연구원은 1993년 설립됐으며, 노 후보의 싱크탱크이자 사조직 역할을 했다.
검찰은 특히 경선 당시 살림꾼이 염동연씨와, 안희정씨였다는 점에서 수사의 단서를 찾고 있다. 나라종금 수사 당시 안씨가 받은 3억9,000만원의 최종 용처도 경선자금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장수천은 등기부상 2001년 3월30일 매각됐고, 3억9,000만원이 포함된 영업권 매각대금 7억원은 자치경영연구원에 흘러갔다. 이 돈과 노 후보측이 2001년, 2002년에 모금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한 3억687만원과 5억9,420만원을 합하면 경선 때 동원 가능한 자금은 최소 16억원대에 이른다.
노 대통령이 밝힌 십수억원의 출처는 적어도 해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경우 기업쪽에서 건넨 별도의 불법자금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경선자금 수사는 다시 안씨 등 측근들의 비리로 귀결되고, 결국 제자리에서 맴도는 결과만 나올 것이란 예상이 가능해진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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