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용감한 대학생이 지하철 전동차가 승강장에 진입하는 순간 선로에 떨어진 40대 여성의 목숨을 구해냈다. 24일 오후 10시50분께 서울 지하철 국철구간 회기역에서 술에 만취해 승강장에서 비틀거리며 서 있던 강모(49·여)씨가 발을 헛디뎌 선로로 떨어졌다.거의 동시에 '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의정부행 전동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어'라고 외칠 뿐, 아무도 강씨를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칫하면 강씨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플랫폼에 서 있던 유재준(26·광운대 컴퓨터공학과 4·사진)씨가 용감하게 선로로 뛰어내렸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강씨를 승강장 아래쪽 배수로로 밀어넣은 뒤 자신도 함께 배수로로 피신했다. 그리고 전동차는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를 내면서 다가 오더니 두 사람이 있던 지점 코 앞에서 멈춰 섰다.
안전을 확인한 유씨는 역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들과 함께 강씨를 승강장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유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강씨에게 군에서 익힌 응급조치를 취하며 119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강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선로로 떨어질 때 다친 머리 뒷부분을 꿰맨 뒤 "창피하다"는 말만 남긴 채 귀가했다.
유씨는 "가만 있으면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겠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던졌다"며 "누구라도 그 자리에선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유씨는 당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릉역 부근의 PC방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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