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 널 사랑해, 너는 완벽해, 이제 바꿔(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는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를 통틀어 가장 긴 제목의 뮤지컬로 이름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는 오프 브로드웨이 최장기 흥행작이다.9·11 테러로 인해 '박쥐소년(The Bat Boy)' 등 대부분의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막을 내렸을 때도 유독 이 작품만이 모진 한파를 견디며 매일 저녁 관객을 불러 모았다.
43번가에 위치한 3백석짜리 웨스트사이드 시어터 2층 무대에서 공연중인 '난 널 사랑해…'는 1996년 데뷔, 지난해 10월 3,000회째 공연을 넘어섰고 지금도 순항중이다. 남녀 각각 2명씩 4명이 출연하며, 밴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자 2명뿐인 아주 단출한 뮤지컬.
언뜻 보기에는 두 쌍의 남녀의 러브스토리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이 뮤지컬의 재미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끊임없이 파트너를 바꾸며 이야기를 꾸며간다는 것. 따라서 특별히 배역이 없다. 뮤지컬 넘버 하나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를 4명의 배우가 역을 바꿔가며 연기한다.
일종의 옴니버스 형태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연애부터 결혼, 섹스, 출산, 가족, 노년기의 사랑, 죽음 등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형태의 작품을 레뷔 (Revue)형식의 뮤지컬이라 부르는데 레뷔란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형태의 노래와 춤, 코미디 스케치 등을 엮어내는 버라이어티 쇼이다. 이 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문득 지금 자신의 사랑을 뒤돌아보고 또 미래를 예상해 보는 즐거움을 준다.
'난 널 사랑해…'는 지금까지 전세계 150여개국에서 공연됐거나 공연 중으로, 그야말로 대작들이 활개를 치는 뮤지컬시장에서 초소형 뮤지컬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가고 있다. 결국 1,000만달러의 사전제작비가 요구되는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작품들 보다도 롱런하고 있는 '난 널 사랑해…'는 돈을 적게 쓰는 것이 많이 쓰고 많이 버는 것 보다 오히려 영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최용석 브로드웨이 공연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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