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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盧의 대북정책 이젠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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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盧의 대북정책 이젠 중심을

입력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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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한 해가 지났다.지난 해 취임사에서 발표한 이른바 '평화번영정책'도 1년이 된 셈이다. 그러나 평화번영정책 1년을 맞는 지금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리 모두는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차 6자 회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니 아직 한반도의 현실에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화번영정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이른바 '햇볕정책'의 계승과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계승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화해협력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의미이고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북한 방문 1만인 시대'를 맞고 있고 한국은 이제 북한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또한 평화번영정책은 과거 햇볕정책이 남북한 간 화해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임에 비해 남북을 넘어 동북아로 지평을 확대하고 화해협력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계승뿐 아니라 발전의 측면을 담고 있다. 이른바 '동북아 경제 중심'이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국가 아젠다가 논의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이다.

평화번영정책이 나름의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정부 출범 직후 대북 송금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6·15 공동선언 정신을 정치적으로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지난 해 5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는 대북 '추가 조치'에 합의하고 북핵 문제와 남북 경협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북핵 문제로 평화번영정책의 초기 추진 조건이 구조적으로 열악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북 대화와 압박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음은 노무현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확고한 철학과 기조를 갖지 못했다는 평가에 일정한 설득력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천명해 온 북핵과 남북 관계의 병행론은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올바른 노선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봉쇄뿐 아니라 군사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힘들고 더디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향후 평화번영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한미 공조와 남북 공조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공조가 자칫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도 안될 일이지만 남북 관계 유지를 위해 부득불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실제 북핵 해법에서 혼선을 빚는 이유도 미국과 의견을 달리하는 한국 정부의 원칙을 지나치게 선언적으로 강조하다가 정작 한미공조 과정에서는 미국의 주도에 끌려들어간 측면이 크다. 세련되지 못한 외교로 불필요하게 한미공조를 불안케 하고 결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에 뒤늦게 휩쓸리게 될 경우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대북 화해협력의 지속 원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며 이 원칙이 흔들리거나 일관성을 상실할 경우 그만큼 우리 정부의 주도권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원칙의 견지가 단순히 발언과 주장만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이어서는 안되며 한미 간 신뢰와 공조라는 실용적 외교력을 발휘하면서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미공조와 남북공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힘든 것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그 지혜를 터득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금부터 그 해법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김 근 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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