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방송사들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한동안 퀴즈 프로그램의 과다한 상금문제로 몸살을 앓은 게 엊그제인데, 1만엔권을 영상에 이용한 서브리미널(subliminal·잠재의식) 효과라는 문제와 위조지폐 밀반입 사건까지 터졌기 때문이다.일본에선 후지TV의 퀴즈 프로그램 '퀴즈 $밀리오네아'가 상금을 1,000만엔으로 책정한 뒤로 퀴즈 프로그램의 상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상금의 거액화에 따른 문제점도 속출했다. 실제로 후지TV의 '퀴즈$밀리오네아'는 퀴즈 문제의 해답을 둘러싸고 출연자와 방송사 측이 소송까지 벌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니혼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마네노 토라'가 이번엔 돈과 관련한 영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1만엔권의 영상을 프로그램 도입부에 0.2초간 삽입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브리미널 효과라 불리는 이 기법은 시청자들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민간방송연맹은 방송기준에 서브리미널 효과의 유무에 관계없이 이런 영상기법의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명기한 적이 있다. 물론 니혼TV 측은 돈을 테마로 한 '마네노 토라' 프로그램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자 했을 뿐 서브리미널 효과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동일한 영상기법을 사용한 과거의 전례를 볼 때 이번 건도 방송을 감독하는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엄중 주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니혼TV가 16일 저녁뉴스에서 위조지폐에 관한 내용을 방송한 것이 이번엔 재무성의 조사를 받게 됐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입수한 1만엔권 1장과 미화 100달러짜리 5장을 일본에 갖고 들어와 뉴스에서 방송했기 때문이다.
니혼TV는 반입했을 당시 위조지폐라는 사실을 단정할 수 없었으며, 보도 목적이었기 때문에 위법행위는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액수가 적고 보도 목적이라고 해도 위조지폐를 밀반입 한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10년에 걸친 일본경제의 대불황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익을 남겨온 일본 방송업계에 아직도 버블경제의 마비된 돈 감각이 체질적으로 남아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경환·일본 조치대 신문방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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