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사진) 한국무역협회장은 25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 위해 스크린쿼터 폐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미상호투자협정(BIT)을 맺어야 하고 이에 앞서 미국측 요구 사항인 스크린쿼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BIT는 두 나라가 서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투자 활동에서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그는 또 "지금 FTA를 반대하는 것은 19세기 개방을 반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화계가 님비(NIMBY)식으로 자기 기득권만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히 "농민들도 아픔을 겪으며 FTA를 받아들였는데 왜 유독 영화인들만 근시안적인 주장을 하며 자기 것을 계속 지키겠다고 하느냐"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나올 정도로 이미 한국 영화의 경쟁력도 수준급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에서 요구하는 것은 거부한 채 우리 것만 팔려고 한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느냐"며 "경제계가 나서 문화계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데 경제단체장들이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일자리 창출과 관련, "이는 기업이 하는 것인 만큼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전사회적으로 반 기업정서가 너무 강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부 및 정치권이 총선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1년 동안 2,200시간을 가르치는 무역아카데미가 독립건물이 없다는 이유로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예를 들며 "심각한 부처이기주의로 기업의 애로가 적지 않고 그 중에서도 교육부는 가장 경직된 부서"라고 비판했다.
1990년대부터 동북아 중심 국가론을 주장해온 김 회장은 정부의 동북아 허브 정책에 대해서도 "물류허브, 금융허브, 연구개발(R&D)허브 등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겠느냐"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신흥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에 대해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러시아와 민간경제협력기구를 출범시키고 인도와도 라운드테이블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이번 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수출 목표인 2,200억 달러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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