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마흔을 넘긴 어떤 분의 말씀이다. 사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소동은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이유 아닐까. 사랑이 끝나면 머리는 복잡해 온다. 나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이별에 이른 것은 나의 잘못인가 상대방의 잘못인가, 나만 괴로운 것일까 헤어진 그 사람은 잘 살고 있을까…. 이런 계산이 필요없는 사람이라면 양쪽이 똑같이 사랑한 경우거나 아예 상대방을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문제는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주위에서 보내는 동정의 시선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 버림받은 비련의 주인공은 얼마나 처량한가. 신승훈의 노래 속 화자 대부분은 사랑의 피해자라고 확신하는 이들이다. '보이지 않는 사랑' '널 사랑하니까' '그후로 오랫동안' 등으로 이어 내려오는 그의 히트곡은 모두 연인을 떠나 보내고 홀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새 노래 '그런 날이 오겠죠'도그렇다. 이별 이후 밤새 뒤척일 정도로 괴롭다. '그대 없이 아무렇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죠. 많이 사랑했는데… 참 보고 싶네요'라고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처량한 일상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더 행복한 쪽은 단호하게 떠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떠나 보낸 사람인 듯하다.
그의 노래가 오래 사랑 받는 것을 보면 사랑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훨씬 많은가 보다. 하지만 사랑은 피해자가 없는 신종 범죄와 같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치 않은 약물중독과 같은 현상이다. 사랑을 구한 사람도 사랑을 받아 들인 사람도,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 모두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다. 단지 더 많이 사랑한 사람과 덜 사랑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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