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窓]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窓]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입력
2004.02.26 00:00
0 0

근자에 화공학자인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김우식 비서실장은 이미 2월 초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그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학교도 나라가 잘 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과거에도 대학을 떠나 정·관계로 진출한 대학 총장, 교수들은 많았다. 물론 그들도 그러했겠지만 김 실장은 권력의 제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수락하지 않고 오랫동안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실장의 선택이 과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김 실장이 연세대에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이 상식이 통하는 지식인 사회이고 행정 범위가 배우고 연구하는 곳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 실장이 모교를 떠나 청와대에 가는 것은 그의 자유이다. 그러나 대학에 남아 학교 발전을 위해 절제된 교육자로서 위엄을 지켜 주었으면 하는 사회적인 바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과 같이 분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 학자나 과학자들이 자기 전문 영역보다 정치권력을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류 역사는 오로지 과학기술에 의해서만 변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의 역사는 도구를 발명한 사람들이 개변시켜 온 역사이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진시황, 칭기즈칸, 나폴레옹 등과 같은 정치가는 역사의 지도는 바꾸었을지 모르나 그 흐름은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대학은 오늘날 국가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창조의 산실이자 문명의 본산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어느 권력과도 비교할 수 없다. 권력은 행정의 기술이지 결코 지식이나 과학이 창출하는 문명의 힘 그 자체는 아니다. 미국이 초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인의 역할보다 전문적이고 창조적인 일에만 열중하는 과학자, 지식인, 교육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우식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삼고초려를 거절할 수 없어 대학을 떠난 것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가 정치판이나 관계로 나갔던 다른 교수나 총장들처럼 정치를 마지막 출세의 관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학보다는 국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쪼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김우식 교수의 행운을 빈다.

이 태 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