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경선자금 문제는 본인이 자인한 이상 밝히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기자회견에서도 "좋은 일도 아니라서 관련자료를 폐기했다"고 불법을 시인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십 수억원을 썼다고 액수를 언급했으니 더 깊은 시인이다. 이 액수는 경선기간 법정 정치자금의 최대한도인 6억원을 넘는 규모인 만큼 나머지 금액은 명백히 불법이다.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자금 갖고도 힘든 만큼 경선자금 문제는 공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불법행위를 공공연히 밝히고서도 이를 덮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불법과 저 불법이 차등 취급돼야 할 이유를 어물쩡 넘긴 자기중심적 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상대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대통령이 이런 말을 막 해도 되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경선자금 논란의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민주당 한화갑 의원의 경우와 대비되는 형평성, 보편성의 문제다. 한 의원의 경선자금은 기업에서 나온 단서를 수사하다 밝혀진 것이라는 게 노 대통령과 여권의 설명이지만 이는 강변에 불과하다. 이 논리대로라도 이제 두 사안은 마찬가지가 됐다. 한 의원의 경우가 '입구'쪽의 단서로 시작됐다면 노 대통령의 경선자금은 '출구'쪽에서 제시됐다는 것만 다를 뿐 불법은 같은 불법이다. 그렇다면 법의 잣대는 형평성 있게 적용되는 것이 상식이고 이치다.
무엇을 덮고 무엇을 파헤치자는 것인가. 대통령의 판단과 기준으로 덮겠다면 덮어야 하는가. 이 문제를 야당의 정치 공세쯤으로 치부하려는 타성은 버리는 게 현명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시의 수입지출 기록을 되찾아 공개해야 하고, 당연히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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