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건설중인 보안장벽이 마침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심판대에 올랐다. 유엔의 최고 사법기구인 ICJ는 23일 헤이그 본부에서 보안장벽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심리에 들어갔다.재판 방식과 효과
이번 재판에는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남아공 등 14개국과 국제인권단체 등이 참가한다. BBC 방송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CJ는 이밖에 44개국이 서면으로 보내온 의견 등을 토대로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ICJ의 재판은 수개월이 걸릴 뿐 아니라 판결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ICJ는 국가간 분쟁에 대해 법률적 조언을 하거나 판결을 내릴 수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위법 판결을 내린다 해도 이스라엘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제여론을 통한 이스라엘의 외교적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영향력은 적지 않다.
이-팔 양측 주장은
이스라엘은 보안장벽 건설이 자살폭탄 테러를 위한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원의 월경을 막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스라엘은 이에 따라 이번 심리에 대표단을 파견하긴 했지만 구두 심리는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고착·병합시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원천봉쇄하려 한다"며 보안장벽의 위법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 통행차단으로 인해 서안지역 팔레스타인 주민 90만 명이 생계위협을 받게 된다며 보안장벽을 '신 아파르트헤이트 장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태도는
유엔 특별회의는 작년 10월 이스라엘에 장벽공사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유엔총회는 작년 12월 보안장벽의 위법성 여부를 ICJ가 판단하도록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태도는 다소 이중적이다. 미국과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ICJ가 보안장벽의 위법성을 재판할 권한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보안장벽이 중동평화과정(로드맵) 이행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건설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보안장벽이 테러 방지에 필수적인 구간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벽 건설에 소요되는 금액 만큼 대 이스라엘 채무보증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배연해기자seapower@hk.co.kr
● 보안장벽이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정부는 2002년 2월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보안장벽'(security fence)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샤론 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으로부터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로 침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를 위한 장벽(wall)' 또는 '베를린 장벽'이라고 부르며 공사 중지를 촉구해 왔다.
보안장벽은 현재까지 약 200 ㎞ 구간이 완공됐다. 이스라엘은 금년 말까지 461㎞ 구간을 완성할 계획이다.
2005년 아리엘 정착촌을 에워싼 150㎞를 연결하면 총 연장은 700㎞로 늘어난다. 장벽 대부분의 구간은 콘크리트 기반에 5m 높이의 철조망으로 구성됐으며 장벽 한쪽으로는 두루마리형(윤형) 철조망이 깔리고 4m 깊이의 도랑이 파져 있다.
또 철조망 침투를 감시하기 위해 전자감응장치와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흙으로 덮인 흔적 탐지로가 설치돼 있다. 전체 장벽 가운데 약 8.5㎞ 구간은 8m 높이의 견고한 콘크리트 담으로 이어졌으며 곳곳에 고층 감시탑이 세워져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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