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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할인점 "제발 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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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할인점 "제발 좀 그만…"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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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조류독감, 접대비 실명제, 납품가격 및 카드 수수료 인상, 대중교통 전용지구 추진….' 유통업계가 소비심리의 지속적인 위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예기치 않은 악재까지 잇따라 터져 울상을 짓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지난해말부터 최근까지 광우병, 조류독감 쇼크 등 돌발사태가 겹치면서 매출 부진 등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중 최대 대목인 연말 연시와 설 연휴 대목 당시 식품 등 유통업계는 이 같은 충격파로 외형이 뚝 떨어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올초부터 시행된 50만원이상 접대비 실명제도 고객들의 닫힌 지갑을 여는데 부심해온 유통업계를 더욱 휘청거리게 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은 명절 대목 때 상품권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지만 접대비 실명제 시행으로 이의 매출이 20∼30% 정도 격감했다. 유통업계는 접대비 실명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의 시행 시기에 대해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심리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해놓고선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형 할인점들은 몇몇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인상 등을 들어 요구하고 있는 납품 가격 인상이 납품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최근 삼성전자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 공급 받는 제품에 대해 2∼3% 올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등 다른 가전업체들도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제품가 인상은 가전업체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프랑스계 대형 할인점인 까르푸도 풀무원과 납품가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적정한 선에서 납품가 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이마트 등 다른 할인점들은 풀무원이 요구한 제품 인상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연말과 올초에 납품가격을 올려준 바 있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요구도 할인점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경영악화를 이유로 제휴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수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휴 약정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카드측은 이들 할인점들이 할인점 업계 평균인 1.5%보다도 낮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할인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업태상 수수료 인상은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20일 입법예고한 대중교통 전용지구 법안에 대해서도 유통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백화점 등이 밀집한 도심의 교통 혼잡지역에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자가용 등의 진입을 전면 제한하는 것으로 유통업계는 영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건교부가 입법 예고후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상가를 획일적으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 자가용 등의 진입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도 불씨는 남아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송년 바겐세일을 부활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내수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재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매출 부진 타개에 차질을 빚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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