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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23> 日서 알로에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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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23> 日서 알로에 책 출간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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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은 내 삶의 황금기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일본에서 알로에에 관한 책을 펴낸 것이다. 나는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던 75년 초 일본의 '주부의 벗'사에서 간행한 '알로에 건강법'을 읽고 새 삶을 찾았다.그런데 11년이 흐른 86년 2월 이 여성 잡지사가 내게 알로에 책의 저술을 요청해 왔다.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사연인 즉 이랬다. 일본에는 알로에가 400년 전에 상륙했다. 그러나 일본이 알고 있는 알로에는 아보레센스가 거의 전부였다. 바로 그 무렵 일본에도 알로에 베라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한 해 전인 85년 가을 미국에서 건너온 베라는 겔 형태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 시절 일본에도 내로라하는 알로에 학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베라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러니 베라에 관한 지식에 목마른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누군가가 필요했던 셈이다. 여성의 벗은 나를 필자로 택했고 나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76년 가을부터 아보레센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베라를 도입, 보급해 베라에 대해 정통했다. 알로에 책도 두 종(種)을 자세하게 비교, 소개했다. 여성의 벗은 두 가지를 동시에 잘 아는 사람은 김정문 밖에 없다고 판단, 원고를 청탁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곧 집필에 들어갔다. 이미 85년 가을부터 '건강 다이제스트'에 알로에에 관한 연재를 하고 있던 터라 자료정리도 수월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소련 등의 유수 연구소와 대학에서 펴낸 1,000종이 넘는 알로에 관련 논문을 수집, 탐독한 상태였다. 이론적으로 완전 무장돼 있다고 나름대로 자신했다.

또 81년 겨울 미국 텍사스 주 밋숀의 대형 농장을 방문, 알로에를 연구하는 등 '실전'에도 강했다.

밋숀은 비가 적고 땅에서 물이 잘 빠지는 등 알로에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졌다. 한 농장 주인이 "우리 농장은 2,000에이커나 된다"고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네 평수로 치면 250만평이다. 내 농장을 전부 합쳐봐야 3만평 수준인데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리오그란데 강 인근의 농가에서는 베라 잎과 함께 파우더(분말)를 먹어보고 그 효능에 감탄한 적도 있다. 공복에 양주를 마셔 위의 상태가 좋지 않던 차에 집 주인이 건넨 베라 파우더를 먹었더니 씻은 듯 나았다. 나는 그 때의 경험을 새겨 두었다가 87년 가을 김제 농장에서 베라 진공 냉동 건조 분말을 출시하기도 했다.

책은 그 해 4월 '알로에 베라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베라와 함께 아보레센스의 효능과 사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알로에 지식을 일본책에서 얻은 내가 끈질긴 학문적 탐구를 무기로 일본에 역수출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에 하늘을 날 것 같았다.

2개월 뒤인 6월에는 도쿄 간다(神田)의 주부의 벗사 강당에서 출판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는 200석이 꽉 차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나는 "미국에서는 대체의학이 날로 발전하고 건강식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관료적이어서 의료의 창조적 진보를 백안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에서는 아보레센스나 베라 중 하나만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데 둘을 함께 복용해야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위산 과다에는 베라, 결핍에는 아보레센스를 복용해야 하는 등 위산의 상태에 따라 올바른 알로에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은 초판 8만부가 매진되는 등 건강서적으로는 일본에서 롱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도쿄에서는 그 해 11월 일본알로에협회가 설립됐다. 나는 이듬해와 88년 연거푸 이 단체 설립 기념일에 초청돼 강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적어도 일본에서는 알로에에 관한 나의 명성과 실력을 인정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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