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를 개조한 '한국형 핵잠수함'이 막강 체인지업을 장착했다.보스턴 김병현(25·사진)은 24일(한국시각)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에 걸맞은 투구 폼을 선보이며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예고했다. 김병현의 이날 투구는 와인드업에서 릴리스 순간까지만 예전과 같고 팔로스로(공을 놓고 난 직후의 팔 동작)는 최대한 늘렸다. 새로운 투구 폼에서 뿜어 나오는 체인지업도 일품이었다.
가장 감탄한 건 볼 파트너였다. 주전 포수 제이슨 배리텍은 "오늘 BK의 공은 느낌이 유난히 좋고 체인지업은 위력이 있다"며 "올해 퀄리티 스타터(QS·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내로 막는 선발)가 되고 장차 메이저리그 최정상이 될 재목"이라고 김병현을 추켜세웠다. 그는 한술 더 떠 "BK가 등판하면 홈런과 타점을 많이 올리겠다"고 했다.
이날 김병현은 "몸 상태가 좋다"며 자청해서 전날보다 10개 많은 40개의 공을 던졌다. 선발 출전을 위해 5이닝 이상 던지기 위한 강약조절과 본격적인 투구 폼 변신에 들어간 것. 자신이 붙은 그는 공을 뿌린 뒤 오른발을 차올리는 전형적인 투구 폼도 보여줬다.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고 하지만 씽씽 날아가는 김병현의 공은 힘에 넘쳤다. 지켜보던 보스턴 선발 커트 실링은 "BK는 재능이 많아 정신만 집중하면 15∼20승도 가능하다"고 했고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도 "BK는 25살 나이로 빅리그에서 매우 인상적인 업적을 쌓았으며 5선발뿐 아니라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내 비췄다.
언론도 김병현 편들기에 힘을 실었다. '보스턴글로브'는 '투수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나선 BK'란 제목으로 지난해 손가락 욕설 파문에 대한 김병현의 심경을 담았다. 김병현은 "장난을 친 것뿐 다른 의도는 없다.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병현은 "3년 안에 페드로 마르티네스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올해는 승수보다 시즌 끝까지 뛰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레드삭스 제국' 운명의 열쇠를 쥔 김병현이 가운데 손가락 대신 승리의 V자를 번쩍 치켜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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