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샐러리맨의 신화'24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이사직을 사직해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완전 손을 뗀 손길승(63) SK그룹 회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재계의 대통령'이라는 전경련 회장까지 역임한 샐러리맨들의 우상. 하지만 분식회계와 비자금 파문에 휘말려 구속되면서 전경련 회장직은 물론 40년간 몸담아온 SK그룹에서도 불명예 퇴진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
194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진주고,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SK전신인 선경직물에 입사한 정통 'SK맨'이다. 손 회장은 선경합섬 경영기획실장, SK해운 대표이사, SK그룹 경영기획실 사장, 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SK구조조정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영 수완을 발휘, 고 최종현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손 회장은 특히 80년대 유공(현 SK(주)), 90년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작업을 진두 지휘, SK그룹을 재계 3위까지 끌어 올린 일등 공신이었다. 98년 최종현 회장 작고 이후 최 회장의 2세들이 한 목소리로 손 회장을 그룹회장에 추대한 것도 이런 두터운 신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초 불법 비자금 조성 및 조세 포탈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샐러리맨 신화'는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또 SK(주)의 대주주로 등장한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배구조 혁신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손 회장은 SK(주)는 물론 SK텔레콤 이사직에서도 물러나 결국 그룹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SK그룹은 "손 회장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과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을 떠나며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과감히 타파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에 힘써달라'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