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장기를 기증합니다."서울아산병원 8층 병실에 누워있는 김용수(53·사진)씨는 전과 16범이다. 54년 인생 중 2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25일 오전 8시 15시간의 대수술을 받는다. 신체 어느 곳이 아파서가 아니다. 자신의 간 40%를 생면부지의 말기 간암 환자를 위해 떼어 주는 것이다.
김씨의 장기 기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5월29일에도 이 병원에서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나눠줬다. 얼마 전에는 사후에 각막과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도 썼다. 김씨는 기증자가 누군지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알리지 않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며 "제가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면 수술은 전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정불화로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출, 18세 때인 1968년 폭력 혐의로 징역 10월 형을 선고받은 뒤부터 감옥을 제집 드나들다시피 했다. 전과 이력이 붙을 때마다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도 무거워졌다. 그런 그가 장기 기증을 통한 속죄에 눈뜬 것은 폭력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보호감호 6년 형을 선고 받고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복역 중이던 1994년. 감호소내 성서모임에서 만난 부산 성심수녀원 소속 파스칼리아 수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김씨는 98년 7월 출소후 정수기 판매원, 공장 근로자 등으로 일하면서 불우아동, 독거노인 돕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신장을 기증받은 분의 부인도 신장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사랑이 새로운 사랑을 낳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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