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생물 정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생물 정치

입력
2004.02.25 00:00
0 0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지만 정치를 생물로 만드는 것은 변화무쌍한 민심이다. 민심은 조변석개(朝變夕改)이니 굳은 심지가 발휘돼야 할 정치이기도 하지만 민심을 따르고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는 실패한다. 정치가 생물처럼 움직여 생명력을 가지려면 민심을 살피고 따르는 데서 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응답을 얻고 따르게 하는 일이 일상사에서도 어려운데 국민을 상대로야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의 마음은 또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민심과 함께 정치가 바뀐 경우가 지난 주 미국에서도 있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일약 돌풍을 일으키며 '경선흥행'의 공을 세웠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경선포기가 그 것이다. 지난해 말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지지선언으로 단번에 30%대의 지지율로 치솟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주자였던 그는 결국 초라한 모습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미 정계의 아웃사이더인 그를 끌어올린 것은 열변과 달변, 대중 친화력이었지만, 그를 끌어내린 것은 바로 이런 요소들의 부정적 작용이었다. 시원스럽기는 한데 신뢰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친 딘을 유권자들은 '대통령감'으로 보지 않았다.

■ 한마디의 실수, 한 번의 이미지로 지지가 달아나 버리는 일은 흔하다. 악재가 후에 호재가 되고, 거침없이 나가는 듯하지만 바로 자신의 실수로 상대가 일어서는 경우들이다. 항상 반전이 예고돼 있는 정치는 그래서 생물이다. 노련한 정치인들은 동물적인 감으로 이를 느낀다. 아직 10단으로 불린 사람이 없으니 정치9단인 김대중 김영삼 양김씨는 아마 최고의 경지라 해야 겠다. 보통 사람의 눈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 일들도 금세, 아니면 어느 덧 살아 있는 것으로 반전시키는 정치를 이들에게서 많이 봤다.

■ 지금 정치현안 중 살아 있는 생물격인 것은 대통령 재신임 문제다. 측근비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 도덕적 궁지를 탈출하기 위한 방어책이었던 재신임이었다. 그러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총선을 앞두고 여당지원을 위한 '공격용 무기'로 쓰일 수도 있는 형세가 돼 있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과 총선이 연계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총선에 연계하기는 어렵다'고 했으나 요즘 그런 부정어법은 쑥 들어갔다. 대신 대통령이 개헌저지선의 득표를 공공연히 말하는가 하면, 이를 받아 여당 대표는 과반의석을 재신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힌다. 대국민 협박이라는 논란 속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국민여론을 거슬러 재신임 문제를 살려둔 것이 총선의 정치공학 속에서 변종으로 자란 것이다. 여기까지는 공학이 통할 것인데, 다음은 역시 민심에 달려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