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한국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시기였다. 공연 장르 가운데서 한 번도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오페라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에 1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장이머우 감독의 상품성, 기업들이 고객 사은용으로 단체 구매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오페라 공연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우쳐 준 것은 수확이다.사실 오페라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보아야 하는 TV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생생한 현장감으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페라 배우,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수많은 인원과 무대 안팎의 현장 스태프들이 무대 미술, 조명, 음향 장치를 3∼4시간 내내 동시에 움직이며 역동적인 조화를 이루어내는 감각적인 예술이다.
오페라를 잘 아시는 관객들은 "배우, 관객, 스태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숨막히는 스릴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오페라 공연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오페라로 돈을 버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오페라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한 작품이 길어야 1주일간 공연할 정도로 장기 공연이 어렵다. 표를 팔아서는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투란도트'의 성공으로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최근 들어 공연장에 대관 신청을 했던 민간 오페라단들이 줄줄이 대관을 취소한 것이 좋은 예다.
공연물을 시장의 논리로만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오페라에 관객이 몰리지 않은 것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65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투란도트'가 흥행에 성공한 것이 이런 측면을 입증한다.
나는 앞으로 오페라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오페라는 존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르다. 오페라는 공연계의 '기반시설'이다.
훌륭한 오페라는 음악과 연극 양쪽에 영감을 제공해 주는 원천이다. 정부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을 활용해 오페라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일부 수준 미달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오페라 공연물의 옥석을 제대로 가려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김 유 진 오페라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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