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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이천시 반룡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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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이천시 반룡송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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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도자기의 고장, 경기 이천 땅에 도선비결(道詵秘訣)이 숨어 있다. 이 일대는 화강암이 풍화된 토양이 구릉지를 이루고 있어 논을 만들기 쉽고 맛이 좋은 쌀이 생산되는 곳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숲이 우거진 모습을 보기 힘들어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고장이기도 하다.바로 이곳에 신라 말 풍수지리의 시조라 널리 알려진 옥룡자(玉龍子) 도선대사(827∼898)의 신비가 깃든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천읍에서 동북쪽으로 뻗은 70번 지방도로를 타고 양평으로 가다보면 백사면을 만나게 되는데, 면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보이는 원적산을 바라보고 방향을 틀면 우리가 찾는 도립리가 나온다.

길가에 차를 대고 길 건너 밭두렁을 따라 걸어가면 드넓은 밭 한 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쟁반처럼 펑퍼짐하게 자리잡고 있다. 500년 가까운 수령을 가진 이 나무는 도선대사가 팔도의 명당을 두루 찾아 다니다가 함경도 함흥, 서울, 강원도 통천, 충청도 계룡산과 이곳 백사면에 한 그루씩 심었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도선의 호를 따서 지은 '옥룡자비결(玉龍子秘訣)'은 이 나무를 만룡송(萬龍松)이라 기록했는데 함흥에서는 이성계가, 서울에서는 영조가, 계룡산에서는 정감록을 지은 정감(鄭鑑)이 태어났다고 한다. 강원도에 심은 나무는 이미 죽었고 반룡송(蟠龍松)이 있는 이곳 이천에서도 큰 인물이 날 것이라는 내용을 이 비결은 담고 있다.

이 비결을 믿은 신씨네가 이곳에 정착해 많은 인물을 배출하며 이 나무를 지켜 오다가 최근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는데 이 나무는 1996년 천연기념물 제 381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줄기가 용트림을 하듯 뒤틀려 있고 여러 갈래의 가지가 2m 정도에서 사방으로 갈라져 서로 휘감기며 넓은 수관을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가 계속 꼬이면서 옆으로 자랄 뿐, 위로는 크지 않는 이 반룡송의 높이는 주위의 평평한 지형에 맞춘 듯 3m 가량에 불과하다. 줄기둘레는 1.5m 정도이고 수관 직경은 12m에 달하여 54㎡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관의 모습이 마치 궁중이나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사용한 어여머리를 연상케 한다. 이 나무의 이름이 반룡송으로 불리는 것은 하늘에 오르기 전에 땅에서 서리고 있는 용의 모습에 비유한 것인데, 1만년 이상 장수할 용송이라 하여 만룡송이라고도 불린다. 만년송(萬年松)은 만룡송이 와전된 이름이라고 한다. 영험이 깃든 나무 이름만큼이나 전설도 많아 큰 인물이 날 것이라는 비결 외에도 커다란 변고가 나면 몸체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실제 줄기에 2개의 줄이 그어져 있는데,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또 가지를 꺾거나 껍질을 벗기는 등 나무에 해를 입히는 사람은 심한 피부병을 앓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이천 읍내에 최근 개발된 온천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피부병 치료에 좋다는 광고 문구를 보면서 우리나라 풍수의 허와 실을 느껴본다.

이웃한 송말2리에는 내하숲과 연당이라 불리는 비보못이 있다. 풍천 임씨 문중에서 마을 앞면이 트여 허전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마을 형국을 보완하기 위하여 2,000평 정도의 숲을 조성하고 연못을 만든 것이다. 하천의 물이 범람하여 주위의 흙이 깎여 내려가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임주훈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forefi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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