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는 낯 익은 장면 하나가 펼쳐졌다. 일부 위원들이 이날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4개월째 끌어오다 간신히 상임위 책상 위로 올라온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법안이 또 다시 서랍 안에서 잠자게 될 판이다.의원들은 '불가'의 이유로 소속 정당의 당론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전기요금청구서에 합산 청구돼 온 KBS TV의 시청료를 분리 징수하지 않으면 다른 법안도 일절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둔 야당으로서는 꼭 관철해야 할 내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론이 나온 상황이나 속 뜻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위성DMB는 향후 10년간 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8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유망 사업이다.
이웃 일본과 분 초를 다투는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성장 사업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그 동안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을 줄기차게 외치며 정부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법안이 나와 있는데도 통과를 가로막으며 당론에 따른 일괄타결을 고집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당과 이해가 배치되는 조항이 있다면 그 부분만 따지고 협상을 하면 될 일이다. 민생과 경제를 볼모로 삼아 하루가 시급한 법안을 뒤로 미루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위성DMB가 연내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25일 마지막 하루가 남아있다. 국익과 당론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 제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진부한 말이 다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정철환 경제부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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