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이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는 승률과 관중수이다. 돈벌이가 목적인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관중 없는 승리는 팥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구단조직도 둘을 다 잡기 위해 짜여지는데 여름종목의 경우 시즌을 앞둔 지금이 가장 바쁠 때다. 구단내의 한 조직은 전지훈련장에서 한창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단지원에 나서는 한편 또 다른 조직은 눈앞에 닥친 시즌의 관중동원 아이디어 짜내기에 밤잠을 설치는 시점이다.
5할 이상의 팀 성적(winning season)과 성공적인 흥행실적(box office)이라는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 만큼 팀 성적이 뒷받침되면 흥행사업 수행이 한결 수월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팀 성적이 아무리 나빠도 연간 수 백만 명씩 관중을 동원하는 명문구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5할5푼에서 6할 사이가 최적의 흥행승률로 알려져 있다.
승률부문은 순전히 유니폼 입은 선수의 몫으로 프런트가 힘을 보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즌 뚜껑이 열리고 몇 차례 경기만 치러보면 팀 전력의 강약은 금방 판가름 나는데 그때면 이미 손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프로구단 프런트는 그라운드 바깥에서 벌어지는 흥행부문에 온갖 기술을 쏟아 부을 수 밖에 없다.
팀이 강하면 강한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전력에 맞춘 갖가지 관중동원기법을 준비하려다 보니 이 시점의 구단 마케팅담당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 된다.
흥행실적에는 팀 승률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는 유니폼 안 입은 사람들의 노력 만큼 반영된다.
대부분의 구단이 팀 성적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우승만으로는 전국구 팬을 보유한 명문구단이 되기는 어렵다. 챔피언으로 불릴 수는 있겠지만 인기를 동반해야 하는 명문구단이 되려면 성공적인 흥행실적이 필수적이다.
아직 국내 프로리그에는 이렇다 할 명문구단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구단이 두 마리 토끼몰이에 신경을 썼는가는 가릴 수 있다.
팀 성적과 관중동원에 50:50의 비중을 두고 3개 종목의 지난 시즌 실적을 평가한다면 LG트윈스(프로야구), 대전 시티즌(프로축구), LG세이커스(프로농구)가 금메달이었다.
세 팀 모두 지난시즌 수능 1위(챔피언)는 아니었지만 탁월했던 내신성적(관중동원)이 반영된 결과이다.
거기에는 그라운드의 승률을 탓하지 않고 흥행에 신경을 쓴 마케팅 담당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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