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 생각 저 생각/부모의 이혼… 아이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부모의 이혼… 아이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

입력
2004.02.25 00:00
0 0

아내가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 보니 원생들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때로는 직접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도 있다. 최근 아내로부터 여섯 살 민원(가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어린이집에서는 매주 월, 일요일이면 원생들이 가정의 일상사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아빠랑 놀이터에 놀러 갔다 왔다거나 엄마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민원이는 얼마 전부터 이 시간만 되면 쭈뼛쭈뼛 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빠 엄마랑 어떻게 놀았다든가 하는 얘기는 없고 고작 비디오 본 이야기가 전부이다. 아내는 민원이의 변화를 눈치챘으나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민원이의 어머니가 아내를 찾아왔다. "민원이 아빠와 이혼을 했습니다. 그이가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도대체 가정에 관심이 없어요. 별거를 한 지는 꽤 됐어요."

그제서야 민원이의 표정이 어두운 것이 이해가 됐다.

민원이는 아빠가 키우기로 했다. 아내는 민원이 어머니에게 가족의 결별을 민원이에게도 이야기하도록 권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일은 어린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 살은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다. 어른들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한 반에 3∼4명 정도가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서로를 위해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많은 경우 자식들은 피해자로 남게 된다.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나는 어머니가 안 계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늦게 귀가하셔도 잠자리가 뭔가 허전하고, 아버지의 구두 소리를 기다리곤 했다. 그것은 나이가 더 들어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기억을 돌이켜 보니 애처로운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내는 눈물을 쏟는 민원이 엄마에게 민원이한테는 더욱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민원이의 웃는 얼굴이 그늘 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머리맡을 무겁게 하는 밤이다.

/우무영·부산 동래구 명장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