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출시된 페트병 맥주가 1월말까지 326만8,000상자(알코올 4%, 500쭬갽20병 기준)나 팔리며,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 10%를 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영원한 맞수 하이트맥주(주)와 OB맥주(주)의 자존심을 건 기술 경쟁은 맛이 변하지 않게 맥주를 오래 보관하려면 갈색 유리병을 사용해야 한다는 맥주업계의 기존 통념을 깨트렸다.1996년 하이트 돌풍을 일으키며 맥주업계 만년 2등에서 선두로 부상한 하이트맥주. 이 회사가 생산한 '하이트 피쳐'는 공기투과를 3중으로 막는 '3중막 다층구조', 나노 기술을 응용한 '나노-콤포시트(Nano-composite)' 등의 공법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 공법은 밀러·필스너 등 세계적 맥주 브랜드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OB맥주보다 일주일 늦게 선보였지만 하이트 피쳐는 지난달 말까지 172만1,000상자(52.7%)가 팔리며 페트병 맥주 시장에서도 선두에 서 있다.
반면 OB맥주의 'OB큐팩'은 첨단소재를 사용해 한 개의 막으로도 공기 투과를 완벽히 차단하는 '모노-레이어(Mono-Layer)' 기술을 채택했다. 또 '스캐빈저' 뚜껑은 제조 과정에서 내부에 스며든 산소까지 빨아들여 처음 맥주의 맛을 끝까지 유지시켜 준다. 쌀 성분을 첨가해 OB맥주의 특징인 '목 넘김이 좋은' 맛을 강화했다. 1월말까지 154만7,000상자(47.3%)가 팔려 50년 가까이 지켜온 1등 자리를 되찾기 위한 OB맥주의 희망이 되고 있다.
48년 소화기린맥주(주)에서 동양맥주(주)로 이름을 바꾸고 두산그룹의 주력이 된 OB맥주는 외환위기 때 벨기에 인터브루사로 넘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99년 진로의 카스맥주를 인수해 OB맥주는 카스, 카프리, 버드와이저, 레드락 등 다양한 브랜드로 전국에서 고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33년 조선맥주(주)로 출발한 하이트맥주는 98년 사명(社名)을 바꿀 정도로 하이트 브랜드의 덕을 봤지만, 엑스필, 프라임 등 다른 브랜드는 고전하고 있다. 영남 지역에서 90%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이 1등 유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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