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24일 추미애 상임중앙위원과 중도·소장파의 주요 당직자에 대한 사퇴요구안 등을 전면 거부, 민주당 내분은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수습안을 제시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이에 대해 추 위원측은 "가능한 모든 사항을 고려하고 있다"며 탈당불사도 시사하고 나서 당 내홍이 갈림길에 들어선 양상이다.조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추 위원 등이 요구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를 총선 때 까지 유임시킨다고 못박았다. 또 조기 선대위 출범, 권역별 대표를 포함한 7인 공동선대위원장제, 민주당을 지킨 동지들의 공천 배제 반대 등을 제시했다. 선대위 조기 발족 방침을 제외하곤 추 위원이 내놓은 호남 중진 공천 배제와 공천 원점 검토 등의 요구사항을 단호하게 거절한 셈이다. 여기에다 추 위원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라도 하듯 이날 상임중앙위에선 추 위원이 반대해 온 한화갑 전 대표의 무안·신안 공천과 김민석 전 의원의 영등포 갑 공천을 확정했다.
조 대표의 초강경 대응은 "당내 분란을 방치했다간 총선전에 공멸"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추 위원과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토로했다. 조 대표는 "내년이면 70인데 상임위원 한 분이 전주에 가기로 해놓고 나오지 않아 내가 노구를 이끌고 내려갔다"며 추 위원을 겨냥했다. 그는 또 "소장파 의원들이 성명서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서글프고 외로웠다"며 "가세가 기울어 70대 아버지가 돈 벌러 나갔는데 장성한 아들들은 '이것해라 저것해라' 하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반면 중도·소장파들은 조 대표의 수습안에 대해 반발했다. 설 훈 의원은 "소장파 20명이 모여 충정을 얘기했으면 만나볼 생각을 해야지, 거꾸로 나가면 되느냐"고 당혹스러워했다. 배기운 의원은 "당의 정체성이 문제된 만큼 사무총장은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는데도 조 대표가 지나치게 감싸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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