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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명소/붉디붉은 열정에 뜨거워지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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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명소/붉디붉은 열정에 뜨거워지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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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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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남쪽의 나무이다. 충남 서천군에 가면 마량포구라는 곳이 있다. 바닷가 언덕에 동백 군락지가 있는데 이 숲이 한반도 동백나무의 최북단이다. 동백을 보려면 그곳 보다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봄을 찾아가는 나들이로는 좀 멀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전국의 동백 명소를 돌아본다.선운사(전북 고창군)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미당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다. 동백꽃을 못잊는 노시인은 꽃을 보기 위해 한동안 산자락에 머물렀다.

고창읍에서 20㎞ 떨어진 선운사의 꽃은 두가지다. 봄의 동백과 가을의 꽃무릇이다. 동백은 절 뒤편 산에서 영글고, 꽃무릇은 절로 들어가는 계곡길에 양탄자처럼 널린다. 그래서 선운사는 언제나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절을 감싸고 있는 선운산은 해발 336m의 낮은 산이지만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린다.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수림이 매력적이다. 하늘과 바다가 한 빛으로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낙조대를 비롯해, 학을 타고 내려온 신선이 놀고 갔다는 선학암, 봉두암, 사자암, 용문굴, 만월대 등 많은 명소가 있다.

선운사의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3월이면 만개하고 4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동백숲은 선운사 뒤쪽 5,000여 평에 걸쳐 넓게 자리잡고 있다. 천연기념물 184호다.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나무의 평균 높이는 6m, 가장 큰 나무는 밑부분의 지름이 80㎝에 이른다. 숲 주변에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아 순림에 가깝다. 꽃병풍을 보는 느낌이다.

선운사에는 동백 말고도 볼 것이 많다. 입구 바위 절벽에 있는 송악은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돼 있다.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장사송도 명물이다. 천연기념물 354호로 지정된 적송으로 큰 가지가 8개로 갈라져 있다. 우리나라의 8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고찰 선운사를 차근차근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한때 8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선운사에는 현재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동운암 등이 있다.(063)561-1422.

백련사와 다산초당(전남 강진군)

남도 답사의 1번지로 불리는 강진. 그 중에서도 백련사는 다산초당과 함께 강진에서 가장 알아주는 명소이다. 신라 문성왕 때(839년) 창건됐고 고려 원묘국사에 의해 80여칸으로 중창됐다. 고려 후기에 8명의 국사를 배출할 정도로 융성했다. 천태사상에 입각한 결사도량으로, 불교의 중흥을 도모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백련사가 들어있는 산은 만덕산. 우리의 차문화가 비롯된 곳이다. 그래서 별칭이 다산(茶山)이다. 정약용은 이 산의 별칭을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

동백숲이 울창하다. 2만평의 넓이에 3,000여 그루가 자란다. 모두 수령이 300년 정도 되는 것들이다. 천연기념물 151호. 다른 동백보다 색이 붉다. 3월이면 만개하는데 때를 맞춰 동백꽃 축제도 연다.

다산초당을 빼놓을 수 없다. 18년간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등 대표적 저서를 지은 정약용의 지식발전소이다.

백련사에서 그리 멀지 않다. 만덕산의 동백숲을 따라 4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진정한 선비의 거처란 이런 것이다'고 말하는 정갈하고 소박한 집이다. 그러나 경관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초당 옆 언덕에 오르면 강진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섬들이 떠 있고 건너편으로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아련하게 들어온다. 안개가 살짝 끼면 환상적인 풍광을 만든다. 백련사 (061)432-0837.

보길도(전남 완도군)

보길도 하면 고산 윤선도가 떠오른다. 그는 이 곳에 머물며 풍류를 즐기고 국문학사에 길이 남는 문학작품을 엮어냈다. 그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보길도 여행은 자연여행보다 문학기행의 성격이 더욱 짙다. 그러나 보길도는 문화유산 뿐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도 잘 갖춘 여행지이다. 아열대에 가까운 날씨가 키워놓은 상록수도 한몫한다. 이국적인 정취에 젖을 수 있는 곳이다.

보길도에선 어디서나 동백을 볼 수 있으나 세연정과 예송리 깻돌해변이 대표적이다. 세연정은 윤선도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은거하는 선비의 원림(園林) 치고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우리 조경 유적 중에서도 특이한 곳으로 꼽힌다. 개울을 보로 막아 연못을 만들었다. 정자는 연못과 잘 생긴 소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고즈넉하게 앉아있다. 정자의 앞과 뒤에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운치있게 동백을 감상하려면 보를 건너 세연정 맞은 편으로 가는 것이 좋다. 붉은 동백꽃을 배경으로 원목 색깔 그대로의 세연정이 눈에 들어온다.

보길도에는 해수욕장이 세 곳 있다. 가장 특이한 곳이 예송리 해수욕장. 해변은 모래가 아닌 돌밭이다. 이곳에서는 '깻돌' 또는 '먹자갈'이라 부른다. 물에서 먼 곳에는 아이 손바닥만한 납작한 자갈이 깔려있고 파도와 가까워지면서 크기가 작아진다. 모래를 털 일이 없어서 여름에는 편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바닷가와 마을 사이에 특이한 숲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방풍림은 소나무이지만 이 곳의 방풍림은 활엽상록수림이다. 팽나무, 측백나무, 후박나무 등 언제나 파란 색깔을 유지하는 나무들이 74m나 줄을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 40호로 지정돼 있다. 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동백나무이다. 제법 키가 크다. 빨간 꽃잎을 뚝뚝 떨어뜨린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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