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짱' 아니에요. 이젠 오히려 홀가분합니다."네티즌들 사이에 '강도 얼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파장을 일으키며 1년여간 도피생활을 해온 이모(22·여·사진·경북 경주시 안강읍)씨가 도피과정과 검거 당시에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애인 김모(31·무직)씨는 23일 오후 9시10분께 강원 양양군 낙산사 앞 해변 포장마차촌에서 붙잡혔다.
당시 김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 주민과 관광객 60여명이 몰려들었고 이씨의 얼굴을 알아 본 주민들이 "얼짱이다"라며 소리질러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1월 경주 시외버스 승강장 부근에서 김모(32·여)씨를 납치, 현금 277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는 등 10여차례 강도와 절도 행각을 벌인뒤 지난해 5월부터는 강원 속초 일대에서 원룸을 옮겨다니며 생활해 왔다.
경북의 4년제 대학에 다니다 휴학 중인 이씨는 재학 중 경주시가 주관하는 '화랑·원화 선발대회'에 출전, 예선을 무난히 통과할 정도로 미모를 인정받았던 진짜 '얼짱'. 그러나 도피생활이 시작된 이후 머리를 묶고 안경과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다녔고,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뒤에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네티즌들이 강도를 '얼짱'으로 표현한 것은 어이가 없다"면서 "마음이 괴로웠는데 이렇게 경찰에 잡히니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네티즌들 사이에 1만여명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졌지만 제보전화는 단 1건도 없었다"며 의아해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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