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담당하는 기자가 가장 바쁜 시기는 봄이라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대체로 2월말부터 5월말까지 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의 색깔을 쫓아다녀야 합니다.봄이 처음 내미는 색깔은 붉은 색입니다. 동백꽃이죠. 동백이 환하게 꽃을 피우면 다음 차례는 노란색입니다. 황금왕관처럼 생긴 산수유꽃이 지리산 남쪽에서부터 피어 올라옵니다. 꽃잎은 작지만 무리 지어 피기 때문에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목련, 매화, 벚꽃, 배꽃,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 등이 계속 뒤를 잇습니다. 들판의 꽃나무가 한바탕 난리를 치면 봄 색깔은 산으로 올라갑니다. 높은 산등성이에서 철쭉이 불길처럼 피어 오릅니다. 한꺼번에 무리를 지어 피는 철쭉꽃도 환상적입니다.
꽃을 취재하는 것은 까다롭습니다. 날씨가 변화무쌍해 개화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꺼번에 확 폈다가 한꺼번에 져 버리는 벚꽃의 경우는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더 많습니다. 현지에 확인을 하더라도 그 날의 일기에 따라 상태가 다릅니다. 지방축제 중 꽃축제가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방법은 딱 한 가지, 정신없이 뛰는 겁니다. 이 쪽에서 실패하면 저 쪽으로, 저쪽도 마찬가지면 다시 다른 쪽으로. 3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마음은 가장 흐뭇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철쭉을 끝으로 봄 취재가 끝나면 꽃 색깔 만큼 고운 신록의 계절입니다. 연초록 나무 그늘에 앉아 지난 봄을 생각합니다. 꽃 색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꽃을 바라보며 미소짓던 얼굴들도 떠오릅니다. 꽃을 대하면서 우울해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스스로도 미소를 지어 봅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꽃놀이는커녕 집 마당의 진달래 조차 제대로 바라볼 시간이 없는데, 누구 약을 올리냐구요? 이런! 본의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 됐네요.
/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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