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6개국 대표단의 표정에는 '이번에는 어떤 성과라도 내자'는 결의와 함께 조심스런 낙관의 빛이 서려 있었다. 폐막일자를 정하지 않은 회담의 형식이 말해주듯, 각국은 반드시 접점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로 분주하게 접촉을 갖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는 1차 회담에 비해 적극적이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수석대표로 내보내 실질적인 대화를 갖겠다는 뜻을 내보였다.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주장해 오던 미국도 "핵동결도 의미 있다"며 대화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회담의 본질적인 쟁점인 '핵동결 대 상응조치(또는 보상)' 문제에선 의견이 미세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더라도 재정적 보상은 않겠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대북안전보장 등을 논의할 수 있고, 폐기완료 시점에 경제지원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순화됐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폐기를 전제로 한)핵동결' 대가로 국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양자간 틈새를 메우기 위해 우리측은 동결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포함하며 단기간 내 핵폐기 절차로 이행하고 국제 사찰단에 의한 동결과정이 검증가능할 때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상응조치를 취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대해 한미일은 사실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근거다. 회담에서 북측이 폐기를 기약하는 핵동결 선언 정도는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선언은 북한이 2002년 핵동결조치를 해제했을 당시로 되돌아간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의 대북 상응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에 대한 타렵은 장담하기 힘들다. 미국은 리비아 방식대로 북한이 'HEU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자진신고하고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HEU계획설은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의 음모"라는 논평을 내고 이를 일축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회담의 일정을 정하고 회담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워킹그룹의 설치가 최소한의 목표"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베이징=김정곤기자 kimjk@hk.co.kr
■ 6자회담 키워드
핵 동결 대 상응조치
지난해 12월부터 가시화한 북한의 새로운 협상전략으로 기존의 (4단계) 동시일괄 타결안에서 한층 현실화한 형태이다. 일괄타결이 어렵다면 우선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 폐기와 대북 안전보장을 '말 대 말'로 구두 약속한 뒤 그 첫 단계 행동조치로 핵 동결과 보상을 합의하자는 것이다. 즉 북한이 핵무기 생산·실험은 물론 평화적 핵 공업 활동까지 중단하면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제외 각종 제재와 봉쇄 철회 중유 등 에너지 제공 등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다.
리비아식 핵 폐기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선언하고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수순으로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미국의 주장. 핵 포기와 직접 연관된 미국의 보상도 없다. 리비아는 지난해 핵 무기 개발 비밀 거래가 미국에 적발된 뒤, 미국 당국의 비공개 사찰을 거쳐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핵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다자안전보장과 핵 폐기를 맞바꾼 우크라이나 방식도 거론되나 구 소련의 핵 무기를 이어 받은 우크라이나와 비밀 핵 개발을 한 북한, 리비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고농축우라늄(HEU)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 북한은 일관되게 HEU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 계획은 없다고 부인하지만 미국은 HEU 핵 개발도 핵 폐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2차 북 핵위기도 북한이 2002년 10월 HEU 핵개발을 시인한 데서 비롯됐다. 최근 파키스탄 A Q 칸 박사의 고백으로 북한의 HEU 핵개발 계획 의혹이 한층 증폭됐다. 1세대 핵무기 개발 방식인데 우라늄235를 93% 이상 순도로 농축해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 플루토늄 재처리 핵 개발보다는 쉬워 파키스탄 이란 리비아 등이 모두 HEU 방식의 핵 개발을 선호했다.
CVID
북한의 핵을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게(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해야 한다는 원칙.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없앨 뿐만 아니라 원전 등 평화적 핵 활동까지도 일절 배제한다. 북한이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핵 개발을 한 만큼 추후 핵에 대한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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