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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허풍쟁이라도 좋아 젊을적 아빠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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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허풍쟁이라도 좋아 젊을적 아빠 모습이"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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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영화 '혹성탈출'에서 지구를 점령하기 직전의 외계인이 팝송을 듣고는 머리가 터져 전멸하는 대목에서 관객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 "역시 팀 버튼 감독다운 영화"라는 일부 영화평론가의 말만 믿고 친구를 영화관에 데려갔던 수많은 관객은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했다.팀 버튼 감독의 신작 '빅 피쉬(Big Fish)'는 이런 쓰라린 영화 감상의 추억을 간직한 관객에게 커다란 보상을 해주는 작품이다.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던 '가위손'의 동화적 판타지가 어느 정도 현실속에 내려 앉으면서 영화는 더욱 설득력을 갖췄고, 막판 2번의 극적 반전으로 영화는 추리물 스타일의 카운트 펀치까지 날려버린다.

윌(빌리 크루덥)은 아버지 에드워드(앨버트 피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어른이 다 된 아들에게는 한낱 허풍쟁이일 뿐이다. 키가 4∼5m에 달하는 거인, 서커스 단장 흉내를 낸 늑대인간, 한국전쟁에서 만난 샴 쌍둥이 자매 등 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들려준 모험담의 주인공들은 그저 가공의 인물이다. 그러다 창고에서 우연히 한 문서를 발견하면서 아버지의 허풍은 전혀 다른 실체로 윌에게 다가온다.

영화는 그야말로 팀 버튼 다운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폭우가 한 순간 쏟아지니 세상은 온통 물바다고, 타고 가던 자동차는 나무에 걸려 버린다. 바람을 가르며 운전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차창 옆에 물고기가 유유히 돌아다닌다. 숲 속의 한 마을에는 신발을 신지 않고 살아가는 신선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호수에는 매혹적인 인어 아가씨가 산다.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이 같은 판타지 때문이 아니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네가 태어나던 날 내가 왜 엄마 옆에 없었는 줄 아니?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빅 피쉬)를 잡느라 그랬다." 아들은 물론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아들이 어른이 됐을 때 당시 산부인과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물건을 팔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병원에 오지 못했다는 '진실'보다는 차라리 그 허풍이 낫지 않느냐?"고.

이 영화는 결국 자식과 가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이땅의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위로의 헌사다. 한때는 넓은 세상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가 되고 싶었으나, 평생을 뼈빠지게 일만 하다 이제는 조그만 병상에 누운 그런 아버지. 아니,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복받쳐 울다가 자신의 아들, 그 다음의 아들에게 전해지는 그 속 깊은 부정(父情)에 대한 그리움의 영화다. 젊은 에드워드 역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 에드워드의 평생 반려자로 나온 제시카 랭, 서커스 단장 역의 대니 드 비토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연기도 빛난다. 지금 할리우드 최고의 조연배우로 불리는 스티브 부세미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은 다니엘 월래스의 동명소설. 12세 이상. 3월5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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