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해 온 박목월 시인의 옛집(용산구 원효로 4가 5, 6의2)이 헐린 사실이 23일 밝혀졌다.시 관계자에 따르면 박목월 선생의 옛집 소유주인 맏며느리 송모씨는 이미 지난 2002년 5월 지상5층, 지하1층의 다세대 주택을 짓기 위해 용산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철거신청 과정을 거쳐 21일 이 집을 헐어냈다.
이 곳은 박목월 시인이 1965년부터 78년 사망할 때까지 12년 동안 머물며 '어머니', '경상도의 가랑잎', '사력질' 등 대표작을 집필 했던 장소. 이후 박동규 교수(서울대 국문학) 등 자녀 4명이 보존해 왔으며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매각 위기를 겪다 2001년 경매에서 낙찰 받은 송씨가 소유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소설가 현진건의 생가(종로구 부암동)가 헐린 뒤, 근대 문화·예술사에 업적을 남긴 인물의 생가나 집필 장소를 체계적으로 발굴, 보존하기 위해 시문화재와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지정 작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시는 지난 3일 이번에 헐린 박목월 시인 옛집과 화가 이중섭 옛집(종로구 누상동)등 13곳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이번 주 현장 실사를 할 계획이었다.
시 관계자는 "시 지정문화재의 경우 소유주의 뜻과 상관없이 건축 규제가 가능하지만 등록문화재는 철거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