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의 논리를 대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교를 다니면 전국 석차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고교 평준화 존폐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에 맞서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준화가 오히려 학업성적을 높인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으며 역공에 나섰다.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는 23일 '고교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평준화 지역 학교가 평준화 지역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을 0.3 표준편차만큼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1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국가 수준 교육 성취도 평가 연구'에서 72개 중소도시의 고1년생 1,560명과 고2년생 1,464명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등 5개 과목의 성적 차이를 정밀 분석한 것이다. 0.3 표준편차는 고1 때 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이 비평준화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고2 때는 상위 10%로 오르는 정도의 효과라고 KDI는 설명했다.
과목별로는 영어(0.37 표준편차)와 수학(0.33)의 성적 향상 효과가 컸고, 이어 과학(0.24) 사회(0.23) 국어(0.11) 등의 순이었다. KDI는 "평준화 학교는 학습능력이 차이 나는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어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에 문제를 일으키는 반면, 비평준화 학교들은 우수학생 유치경쟁을 하면서 교육의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종 KDI 교수는 "과거 연구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중심인 평준화 지역과 농촌이 포함된 비평준화 지역의 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는 무리를 저질렀다"면서 "이번 연구는 생활 격차가 크지 않은 중소도시만을 대상으로 분석해 신뢰수준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평준화 지역 고교생이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균 점수가 더 좋다는 반박자료를 내놓으며 KDI의 연구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교육부는 2000년 1∼12월 경기 지역의 평준화 고교 11개와 비평준화 고교 17개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평준화 고교생의 성적이 평균 12점 가량 높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 성취도 평가나 각종 과학·수학 올림피아드 성적도 평준화 제도 도입 이후 더욱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KDI가 성격이 전혀 다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기존 교육 성취도 평가 자료를 끌어다가 고교 평준화 제도를 공격하는데 이용했다"면서 "비교 대상인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학생 비율이 1대 4로 균형이 맞지 않아 통계학적으로도 의미 부여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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