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액션스타 청룽(成龍·50)까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소식을 듣고 22일 오후 서울로 날아와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강제규 감독과 함께 영문자막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관람 후 강 감독을 통해 충북대 한국전 유해발굴단에 기금도 기탁했다. '태극기…'를 본 청룽의 소감을 들어봤다.
매우 놀라운 영화다. 한마디로 충격적이었으며,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전쟁을 겪기 전과 전쟁 이후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새삼 이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울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드러낸 영상이 인상 깊었는데, 특히 결말 부분을 잊을 수 없다. 종전 5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노인이 된 진석(장민호)이 형인 진태(장동건)가 전쟁 전에 만들어 준 구두를 꺼내보는 장면과 녹슨 만년필을 집어드는 장면에서 진석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 중에서는 젊은시절의 진석을 연기한 원빈이 눈에 띈다. 잘 생긴 그는 어리지만 연기를 잘 했다. 장동건의 연기도 뛰어났으며, 조연들도 모두 훌륭했다. 그 점에서 강 감독의 배역 선정은 훌륭했다. 배역에 딱 들어맞는 정확한 배우를 골랐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국제적인 흥행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 홍콩 등 아시아에서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워낙 한국영화, 음악, 드라마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니까. 하지만 할리우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미국은 후시녹음(더빙)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람보'류의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는 좋아하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은 낮다. 그만큼 미국은 진입장벽이 높다. 나 자신도 할리우드 진출이 아직까지 기적처럼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강 감독에게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영화인이 되기를 당부하고 싶다. 적어도 아시아의 분위기는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다. 미국에서 '80일간의 세계일주' '후 앰 아이' 등의 영화를 촬영하고 홍콩에 도착해서 신문을 펼쳐드니 온통 한국영화, 음악, 드라마 소식 뿐이었다. 덕분에 '쉬리' '흑수선' 등 많은 한국영화를 봤다.
강 감독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시아는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한국 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영화인들과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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