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사장은 내가 여성으로서 그래도 혜택 받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김 사장처럼 깨어있는 여성 기업인이 한국에 많아져야 합니다."조앤 배런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은 150여명에 이르는 주한 캐나다 경제인들을 대표해 한·캐나다 민간 경제 협력을 지원하는 한편 아웃소싱 전문기업 TELSK의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이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날 사장과의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여성이 깨어야 세상이 발전한다'는 철학을 가진 김 사장을 통해서 한국의 여성들을 돕는 일에 나서게 됐다.
1998년 배런 회장은 일면식도 없던 김성주 사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캐나다 통신기업 텔루스(Telus)의 부사장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지 3년째였다. 그는 김 사장이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위원회(FIAC) 창립위원직을 맡아 멤버를 영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쏟아지던 터라 김 사장이 무슨 제의를 하든 정중하게 거절할 심산으로 서울 조선호텔 커피숍에 갔지요."
그랬던 배런 회장은 김 사장을 만나는 순간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세련된 외모, 유창한 영어 실력… . "무엇보다도 김 사장의 애국심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김 사장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배런 회장은 김 사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FIAC 초대 회장을 맡게 된다.
두 사람은 이후 개인 신상에 관한 문제를 상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배런 회장은 3대째 비즈니스를 하는 집안에서 자랐고 부친은 캐나다 웨스트브리지 지방에서 호텔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 김 사장의 부친은 대성그룹을 창업한 김수근(1916∼2001) 회장이다. 그렇지만 가풍이 달랐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한번도 여성이니까 이러이러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김 사장은 보수적 집안에서 남녀 차별을 몸소 겪으며 자랐더군요."
배런 회장은 김 사장이 유산을 물려받지 못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다. 배런 회장은 자신이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한국의 여성들을 도와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현재 배런 회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인 서울여성의 이사직을 맡아 여성 기업인의 창업과 경영에 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배런 회장은 또한 5월 27∼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Global Summit of Women)의 외국인자문단장직도 맡고 있다. 이 행사의 조직위원장 겸 추진위원장인 김 사장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배런 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한국 여성들이 더욱 각성을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폭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사장 역시 배런 회장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고 다정다감하게 언니 같은 느낌을 주면서 자신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옳다고 생각되면 타협하지 말고 밀고 나가라'면서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