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영광을 재현하겠습니다."'차붐 주니어'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가 시즌 첫 골을 터트리며 '제2의 차붐 신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을 쏘았다. 차두리는 23일 열린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전에서 전반 18분 스켈라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002년 8월 분데스리가에 데뷔, 지난해 1월 빌레펠트 소속으로 첫 골을 터트린 데 이어 13개월만의 두 번째 골이다.
차두리의 이번 골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아버지 차범근 수원 감독이 뛰던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고 터트린 첫 골인데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채우지 못한 분데스리가 100호 골을 아들이 함께 완성했다는 점이다. 분데스리가 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차감독은 현역시절 308경기에 출장, 당시 외국인 선수 최다골인 98골(역대 3위)을 기록, 이번 차두리의 통산 2골을 더해 100호골을 부자가 합작한 것이다.
특히 18일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전과의 경기에서 A매치 골 맛을 본 직후 나온 것이어서 차두리의 득점포는 이제 본격적으로 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차두리의 축구인생은 아버지의 후광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였다. 2001년 10월말 차 감독의 대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았고 한일월드컵에도 출전, 월드컵 출전 '부자(父子) 선수' 1호를 기록했다. 월드컵 4강을 발판 삼아 분데스리가(바이엘 레버쿠젠)에 진출한 차두리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준족, 무쇠 같은 체력, 강한 몸싸움 능력 등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로 독일팬들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적대로 골 기근에 시달렸다. 일부 현지 전문가들은 '아버지의 후광만 입었다' '킬러로서 능력이 모자란다' '개인기가 부족하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두리는 마음고생을 통해 확실히 성숙해졌고, 큰 무대를 통해 노하우를 체화 했다. 지난 주 대표팀 훈련 도중 "월드컵 4강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말로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기도 했던 차두리는 레바논전의 선제골에 이어 마침내 분데스리가에서도 골 맛을 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차두리는 "오랜만에 골을 넣어 기쁘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차두리가 아버지를 넘어서며 '가문의 영광'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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