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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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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나온다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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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의 동력원이 '광자력에너지'라는 사실을 아는가. 무게 280톤, 높이 20m의 초합금 거인은 광(光)반응로가 내는 힘으로 움직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Oil Shock)의 시대적 상황은 미래의 첨단 기술이 빛에서 새 희망을 찾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빛의 과학은 정보통신 기술의 세계에서 현실화할 전망이다. 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광컴퓨터 기술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정보 전달 속도가 10배 이상

광컴퓨터는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전기 대신 빛을 사용한다. 빛은 전기보다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광통신(光通信) 기술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다.

광통신은 전기통신보다 신호가 무뎌지는 현상이 적다. 대륙간 해저통신과 같이 장거리 연결의 경우 전기통신은 불과 수㎞마다 신호증폭기를 달아줘야 할만큼 신호의 감쇄(減殺) 현상이 심하다.

광통신은 그러나 100㎞에 한번씩만 신호를 되살려 주면 된다. 신호의 전달 효율이 좋은 것이다. 전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많다. 예컨대 1,000명이 통시에 전화통화를 한다고 치자. 전기선으로 이를 중계하려면 최소 수백가닥의 전선이 들어있는 굵기 10㎝ 이상의 대형 케이블이 필요하다. 광통신의 경우 이보다 훨씬 가는 3∼5㎜ 짜리 광케이블 하나면 충분하다. 덕분에 통신망 구축비용이 기존 방식의 10분의 1 이하로 저렴하다.

무엇보다 빛은 전기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지만 전기는 채 한 바퀴도 못 돈다.

80년대에는 외국과의 전화통화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목소리가 전해지는데 1초 이상 지연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통신이 보편화된 지금은 이런 현상이 거의 없다.

느려 터진 컴퓨터를 더 빠르게

이러한 광통신의 장점을 물려받은 것이 광컴퓨터 기술이다. 오늘날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3㎓(초당 3억회 이상) 수준으로 높아지자 데이터의 전달 속도가 문제가 됐다.

1시간에 1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 시간당 50대 분량의 재료만 공급된다면 어떻게 될까. 30분만 일하고 30분은 놀게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PC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슷한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아무리 빨리 계산을 해도 결과를 제때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PC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광컴퓨터 기술에서 찾았다. 광컴퓨터 기술의 핵심은 광연산소자.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벨 연구소가 미래 슈퍼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기술로 처음 개발을 시작했다.

전기 대신 아주 약한 세기의 레이저를 통해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를 처리한다. 광연산소자 수백·수천만개를 모으면 광집적회로가 되어, 빛으로 움직이는 CPU나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광연산소자가 개발되어 있으며, 이르면 10년내 순수하게 빛으로 움직이는 슈퍼 컴퓨터도 등장할 전망이다. 미래의 광컴퓨터는 기존 전자회로로 만든 컴퓨터와 비교해 크기와 구조는 훨씬 작으면서도 100배 이상의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비싼 가격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

광연산소자는 나노 기술을 이용한 첨단 광결정소재를 이용한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로봇을 만드는데 쓰이는 초소형전자기계기술(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MEMS)로도 응용된다. 이 때문에 가격이 대당 수백억원대로 비싼 것이 흠이다. 광컴퓨터 기술이 금새 실용화 되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전기회로 컴퓨터에 광컴퓨터 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최근 PC 내·외부의 데이터를 빛으로 연결해주는 광실리콘(Silicon Photonics)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PC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데이터 전달 속도를 월등하게 높일 수 있는 응용된 광컴퓨터 기술이다.

인텔은 내년 중으로 초당 1기가비트(Gb)의 속도로 PC간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인텔의 빅터 크루툴 수석 연구원은 "기존의 광컴퓨터 기술보다 월등히 저렴하면서 기존 반도체 기술과 완벽히 호환되는 것이 광실리콘 기술"이라며 "앞으로 광결정체 기술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인텔의 광실리콘 기술

인텔은 1995년 레이저를 이용한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제품 테스트 기법을 개발하면서 광컴퓨터 기술에 손을 댔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수천만개 이상의 초소형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단 한 개라도 제대로 작동못하면 불량품이 된다. 생산 초기과정에서는 비교적 불량률이 높기 때문에 전제품을 일일이 검사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천개씩 쏟아져 나오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부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테스트하려면 특별한 기술적 노력이 필요했다.

당시 인텔의 연구진들은 모든 반도체 제품의 원료인 실리콘이 적외선 레이저의 투명체(透明體)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적외선 레이저를 비추면 반도체의 속이 유리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험 동작중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적외선 레이저로 읽어 불량품을 가려내는 기술이 나와 실용화 됐다.

이후 인텔은 이를 광컴퓨터에 응용하는 연구를 해왔다. 이로써 얻어진 것이 광변조기(Optical Modulator)이다. 이 기기를 사용하면 전기를 빛으로 바꾸어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텔의 광변조기는 실리콘으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고, 기존의 반도체에 통합해 생산할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넓고 편리하다.

인텔은 앞으로 수년내로 이 기술을 PC간 인터넷 통신이나 홈네트워크에서 실용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년내로는 PC안의 모든 부품들이 전기 대신 빛으로 연결되고, 15년내로는 완전히 빛으로 움직이는 반도체 CPU를 개발해 본격적인 광컴퓨터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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