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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한미銀 인수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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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한미銀 인수 계약 체결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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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이 단일 규모로는 사상 최대의 외국인 투자 규모인 3조원 이상을 투입해 한미은행 경영권을 인수한다. 씨티그룹은 23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미은행과 공동으로 기자 회견을 갖고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의 한미은행 보유 지분 36.55%를 주당 1만5,5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씨티측은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공개 매수를 통해 최소 80%, 최대 100%까지 같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키로 하고 총 3조1,800억원(27억3,000만달러)을 투입키로 했다.지분 확보가 관건

이날 체결된 계약의 전제 조건은 공개 매수를 통해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의 지분을 80% 이상 사들이는 것이다. 최대 주주가 80%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상장 폐지 요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80% 인수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인 칼라일과의 계약도 물거품이 된다.

씨티그룹 스티브 롱 아시아태평양 기업금융대표는 "공개 매수를 통해 80% 이상의 지분 확보를 자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80% 인수 실패로 계약이 무산될 소지도 전혀 없지는 않다. 우선 2대 주주(9.76%)로 막판까지 씨티와 인수 경쟁을 펼친 스탠다드차터드가 복병이다. "1억 달러 가량의 투자 차익을 남긴 만큼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막판 버티기에 나설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주가 수준에 비해 낮은 공개 매수 가격 때문에 국내 소액 주주들이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매금융 공격적 경영 예고

씨티측은 통합 이후 소매금융 분야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은행 인수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투자다. 한국 조직을 미국 외 지역에서 가장 큰 조직 중 하나로 키워 나가겠다"는 씨티측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씨티측이 특히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소매금융 중 카드 부문. 이번 협상에 참여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씨티측이 가장 애착을 보였던 것이 중소기업과 소매금융 부문"이라며 "특히 소매 금융 중에서도 카드 부문에 가장 큰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계약서에 '정리해고는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삽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미은행 노조는 이날 "고용 불안만을 야기하는 경영권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개 매수 방해 등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경영권 인수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박진석기자

한미銀 팔아 7,000억 차익 김 병 주 칼라일 亞회장

3년 여만에 7,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내고 한미은행 경영권을 씨티그룹에 넘긴 칼라일아시아 김병주(41·사진) 회장은 이번 계약에 대해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올해부터 칼라일 그룹 본부 부회장 직까지 겸직하게 됐다는 그는 23일 기자와 만나 "이제는 국내 투신사와 생보사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은.

"대우 사태 등으로 부실이 많던 은행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우량 은행으로 거듭나게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한미은행 투자는 칼라일의 전 세계 현금 투자액 중 가장 큰 액수였다.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가능했다."

―주가 변동이 심해 마음 고생도 심했을 것 같다.

"국내 주식 시장 변동이 심해 투자 후 6개월 만에 2배의 수익을 냈다가 다시 1년 뒤에는 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3∼5년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매일 신경이 쓰였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칼라일 지분만 팔았다면 더 좋은 가격을 받았을 것이다. 소액주주에 대한 고려, 씨티에 대한 평판 등을 고려해 다소 손해를 보는 것을 감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다면 소액 주주들이 소송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최근 LG카드 지원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하는데.

"한미은행은 LG카드에 대해 은행 계정에서 채권이 전혀 없었지만 국가적인 사안이라는 주장을 수긍해 일부 지원키로 한 것이다. LG카드 지원이 이번 계약에서도 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향후 칼라일의 국내 투자 전략은.

"여전히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향후 투신사와 생보사 쪽에 상당히 흥미로운 협상이 있을 것 같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통신, 유통, 국방에 대한 투자도 적극 고려 중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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