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을까.' '왕따 동영상' 파문이 해당 학교장의 자살로 이어지면서 왕따의 진위 여부와 자살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은 사건 발생 후 10여일이 지나도록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교장 자살 후에도 진상 조차 파악하지 못해 당국이 화를 키웠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학교측, 학생들 '진짜 왕따는 아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11일 경남 창원시 B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4∼5명의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A군의 귀를 잡아 당기거나 툭 치고 나가는 등의 장면을 같은 반 B군이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 이후 한 네티즌에 의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유포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후 왕따에 대한 경찰과 교육당국의 조사가 있었고, 이 학교 윤모(60)교장은 교장실 옆 휴게실에서 조사를 받은 후 자살했다.
자살 후에도 학교측은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진짜 왕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을 하루 앞둔 들뜬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고 명백한 구타행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기념사진을 찍던 중 내성적 성격인 A군만이 촬영에 임하지 않아 장난삼아 한 것이며 촬영 후 함께 동영상을 보고 졸업식날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창원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교실에서의 정황으로 볼 때 집단괴로힘이 실제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학부모들이 합의는 했지만 왕따 여부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간적 모멸감에 극단선택한 듯
학교측과 학생들의 주장대로 왕따가 가짜였다면 윤 교장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경찰은 이날 1차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윤 교장이 정년을 불과 1년 6개월여 앞둔 말년에 전국의 네티즌과 학부모들로부터 인간적 모욕과 무차별 항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자살의 동기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왕따가 가짜로 판명될 경우 책임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학교관계자는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윤 교장이 이번 사건으로 입에 담기 조차 힘든 욕설 세례까지 받는 등 무차별 항의에 따른 상실감이 컸다"고 말했다.
또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안방에서 발견된 3장의 메모지에는 '해명, 정면돌파' 등이 적혀 있어 마음 고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윤 교장은 마지막 출근이었던 22일 오전 6시께 학교에 나와 교직원과의 대화에서 "나 혼자 사표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자살을 예고하는 듯한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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