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서 그런지 가게마다 손님을 끌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떤 식당에 가면 종업원이 손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주문을 받는다. 그런 식의 지나친 저자세 서비스는 왠지 부담스럽다. 차라리 직원들이 긍지를 갖고 손님을 맞는 자세가 보기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당함을 넘어서 도도한 것은 저자세보다 더 큰 문제다.요즘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승객 1인당 수송 원가가 엄청나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본다. 나는 이 문구를 읽으면서 이렇게 비싼 지하철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을 내고 타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뜻으로 생각될 때가 있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이렇게 비싼 비용을 들여 운행하고 있으니 소중하게 이용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지하철 요금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지하철공사의 한 해 적자가 무려 7,000억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이 같은 막대한 적자는 우리들의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다. 그리고 승객들은 적자로 인한 불편을 충분히 감수하고 있다.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도, 대구 참사 이후 안전을 고려해서 꼭 바꾸어야 한다고 하던 가연성 내장재를 돈이 없어서 바꾸지 못해도 감내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하철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록 그 동안 지하철로 인해 쌓인 적자가 3조원이 훨씬 넘어도 지하철 공사 직원들의 임금 인상은 매년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얼마나 당당한 자세인가?
복잡하고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이미 충분하게 시달리는 우리 승객들이 그렇게 높은 수송 원가에 대해 무엇을 더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지하철의 안내문구는 "이런 커다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저희 공사와 직원들은 이렇게 원가를 줄이고 임금을 줄였습니다"라고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 노조는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직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매년 모든 임직원의 임금도 크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 지하철 직원 가족들은 지하철 무임 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주인이 자기 가게에서 돈 내는 법은 없으니까 그런 것인가. 경영 성과에 관계없이 매년 임금이 오르고 해고도 없고 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이 글로벌 경쟁 시대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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