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선생다워야 선생 대접을 하죠…." "당신들의 추악하고 추잡한 욕심을 위해 한국 교육을 더럽고 냄새나고 추잡하게 물들이지 마세요."경남 창원의 B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유포되기 시작한 지난 14일 이후, 관련 사이트에 오른 글들이다. 경남도 교육청 홈페이지 등에는 '왕따 동영상' 파문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당신들은 영원한 철밥통" 등의 악의적 비난글도 잇따랐다.
특히 '장난 삼아한 것으로 왕따는 가짜'라는 교육당국의 1차 조사가 발표된 16일 이후 네티즌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과격한 문장이 인터넷을 도배질하기 시작한 후 일주일여가 지난 22일, B중학교 윤모 교장은 끝내 40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 생활을 접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장 선생님의 자살을 기화로 인터넷 글쓰기에 매카시즘적 칼날을 들이대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인터넷 언론의 자유는 결코 손상될 수 없다는 개인적 믿음에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자유'라는 단어 위에 한가지 경고조항을 올려놓고 싶다. 교장의 죽음에 일부 원인제공을 했다고 믿어지는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는 무차별적인 온라인 비난은 무서운 범죄라는 점이다.
인터넷 여론재판의 피해자는 윤 교장 뿐 아니다. 지난 해 12월 경기 이천에서 어머니 시신과 함께 6개월을 지내다 발견된 중학생 송모(16)군의 담임교사 오모(43)씨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잘 나오지 않던 송군을 거의 매일 찾아다녔던 오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어떻게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매도한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비난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윤 교장의 죽음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교육현장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인터넷과 네티즌들에게 향하는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 보인다.
이왕구 사회2부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