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에 광우병이 겹치면서 외식 창업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오리·닭·소고기 취급 업소들이 매출격감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해산물이나 돼지고기 취급 업소들은 연일 손님이 북적거린다.하지만 단기적 현상에 급급해 무리하게 업종변경을 하거나 성급히 창업을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재 호황을 누리는 돼지고기 전문점들을 살펴보면 하루아침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쌓은 노하우가 가져온 결실이기 때문이다.
하루 돈가스 1,000개 팔려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온달왕돈가스'는 매일 점심시간이면 문 앞에 길게 늘어선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5평 남짓한 매장 안도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개점이후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장 홍성운씨는 "경기침체로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은 하루 1,000개 정도의 돈가스를 팔고 있다"고 말한다. 26년 전통을 자랑하는 온달왕돈가스는 현재 돈암동 일대에서 가장 저렴한 돈가스로도 유명하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왕돈가스의 가격을 3,500원에서 2,900원으로 내린 이후 지금까지 그 가격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2,900원이라고 음식도 허술할 거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꽉 찬 보름달을 뜻하는 '온달'이라는 상호답게 양과 맛 어느 것도 부족하지 않다. 홍씨는 "2,900원 받아서 뭐가 남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또 많이 팔리니까 남습니다. 2,900원 가격으로 8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최소 10년은 채워 볼 생각입니다"라며 웃는다.
30평 점포를 기준으로 6,700만원(점포구입비 제외)의 창업비용이 필요하며 학생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02)923-6557
보쌈은 한국형 패스트푸드
박종만씨가 운영하는 경기 고양시 원할머니보쌈 화정점은 지난달 9,000만원이라는 경이적인 월매출 기록을 세웠다. 고양시에서 8년째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고 있는 박 사장은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 이전에도 하루 200만∼250만원의 매출을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기록은 단순히 행운 때문만이 아니다. 박씨는 30년 전통의 보쌈 맛을 기본으로 직원관리와 고객서비스에 정성을 다했다. 박씨는 직원들이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매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장에서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해질 정도다. 그 결과 화정점에는 6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있고, 또 그런 직원들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이런 손님들에게는 '달라는 대로 다 준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서비스 전략이다.
박씨는 "보쌈은 주문 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음식을 제공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형 패스트푸드로 자리잡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35평 규모의 매장을 여는데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500만원이 들었다. (02)2282-5353
다양한 양념, 골라먹는 재미
놀부보쌈으로 유명한 (주)놀부가 지난달 '한판석쇠구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았다. 외식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 기업답게 수년간의 연구 끝에 양념 돼지고기를 숯불에 바로 구어 먹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양재동 본사 1층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익환 점장은 "마늘, 와인, 과일, 꿀, 야채즙 등 천연재료로 양념한 고기와 소스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판석쇠구이만의 비법"이며 "숯불구이의 불편함을 개선한 맥반석 활성탄 화로 역시 수개월 연구 끝에 내놓은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또 주문단위를 흔히 사용하는 '몇 인분'이 아니라 '판'으로 정해 재미를 가미했다. 김 점장은 "한 판의 양은 약250g으로 1인분과 비슷하지만 한판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으며, 특히 '한 판'이 주는 어감과 판을 쌓아가며 먹는 재미 때문에 고객들이 즐거워 한다"고 말한다.
특히 매장 입구에 몸에 밴 고기냄새를 없애주는 '에티켓 샤워기'를 설치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놀부 한판석쇠구이의 신규 가맹점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50평 규모의 매장에 1억6,600만원(점포구입비 제외)의 개설비용이 필요하다. (02)574-5511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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