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째 반 정부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카리브해의 빈국 아이티에서 마지막 희망인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도 벽에 부딪치고 있다.아이티의 184그룹 등 범 야권과 반 정부 무장세력은 22일 미국과 프랑스, 카리브해 국가의 대표들이 21일 제시한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중재안은 여·야와 국제사회 대표단이 3자위원회를 구성해 새 총리와 내각을 지명하고 총선을 실시하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남은 임기(2006년2월)를 보장하고 친·반 정부 군벌의 무장을 해제한다는 내용.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21일 이를 받아들였으나, 야권은 이날 국제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아리스티드의 퇴진을 고수했다.
야권이 23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중재안에 합의한다고 해도 유혈 사태 종식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반 정부 군벌들이 야권의 결정에 관계 없이 아리스티드 퇴진 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데다, 아리스티드도 "테러리스트들은 무장 해제의 대상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국제 사회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미국이 21일 필수 요원을 뺀 공관원의 철수를 명령, 아이티 국민의 '엑서더스'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이웃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은 21일 아이티 난민을 위해 국경 일부를 개방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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