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0)씨는 '몸짱 열풍'에 휩쓸려 1월부터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했다. 비슷한 나이에 처녀 몸매를 가진 '몸짱 아줌마'를 보고 "나도 애 낳기 전의 몸매를 되찾아야겠다"고 각오를 다진 것. 그러나 헬스를 시작한 지 한달만에 무릎이 참을 수 없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원인은 무릎인대 파열. 전혀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무리를 한 탓에 결국 그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몸짱 신드롬이 많은 아줌마들을 운동 지상주의로 내몰고 있다. 방송사의 몸짱 만들기 이벤트에 4,000명의 지원자가 모이는가 하면 자리가 없어 헬스클럽의 쿠폰을 끊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서두르거나 지나치면 항상 화를 낳는 게 세상사의 이치. 성급한 몸짱 욕심은 오히려 몸을 망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오덕순 부원장은 "최근 운동을 하다가 인대파열이나 골절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년의 무리한 운동, 화 부른다
운동과 담쌓고 지내던 중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또 과시욕이 커서 한두달내에 완벽한 몸매를 만들겠다는 사람 등은 항상 부상위험에 직면한다.
웨이트 운동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많이 쓰는 것이라 근육과 인대에 미세한 파열이 생길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계속 무리를 하면 미세한 손상이 심해져 늘어나거나 찢어질 수 있다. 또 준비운동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었다가 허리나 목, 어깨 등이 삐끗하면서 인대가 늘어나는 염좌상을 입기 쉽다.
달리기를 심하게 할 경우 무릎인대와 무릎의 연골판이 손상되거나, 관절의 노화를 부추겨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특히 뚱뚱한 사람은 체중이 무릎에 충격을 주어 이런 손상이 오기 쉽다. 자전거타기도 심하게 많이 하면 무릎 앞쪽의 연골이 마모된다.
매주 10분씩 늘려야
몸짱 열풍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한두달에 몸매를 바꿔보자'는 조급증이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클리닉 진영수 교수는 "이론적으로 근육이 커지는 데에는 운동 시작 후 2∼3개월이 걸리며 6개월 이상 지나야 남들이 알아챌 만한 정도가 된다"며 "몸짱 아줌마가 그러한 몸을 갖기까진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서서히 운동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
더욱이 나이가 들수록, 여자일수록 근육이 늘어나는 정도가 떨어지므로 운동계획을 장기전으로 잡아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남성이라도 40대 후반부터는 근육질 자체가 노화해 똑 같은 운동을 해도 근육이 커지는 정도가 매우 약하며, 생긴 근육도 쉽게 없어진다"며 "나이든 남성이나 여성은 더 꾸준히 운동을 해야 몸매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무리 없이 운동을 시작하려면 첫 2주∼1개월을 준비기간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매일 운동을 40분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처음 10분으로 시작하고 매주 10분씩 늘려 운동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벼운 것을 정확히 들어야
근력운동은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달리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종류, 무게, 횟수를 전문가로부터 처방받아야 한다. 키우려는 근육이 어느 부위냐에 따라 적정한 운동종류와 무게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일반인이 알아서 하기는 어렵기 때문. 헬스클럽에 가서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를 테스트한 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웨이트 운동을 할 때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이 무거운 것을 힘들게 들어야 운동이 된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쉬지 않고 10번은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을 들어야 하며, 운동효과를 내기 위해선 무게보다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확한 각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근육은 발달하지 않고 힘만 든다. 때문에 헬스클럽의 전문가로부터 지도를 받는 것이 필수다.
또 운동 후 살짝 피로한 정도라면 모를까, 아픈 것을 참고 계속 운동해선 안 된다. 처음엔 안 쓰던 근육을 쓴 탓에 미미한 근육통이 있을 수 있으나 한두달이 지나면 이마저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준비운동은 필수
부상을 막으려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목부터 발목까지 모든 관절을 이쪽 저쪽으로 꺾어 10∼20초간 멈추는 식으로 근육을 늘리고, 가볍게 뛰거나 걸어 체온을 올린다. 이렇게 이완된 상태에서 운동을 해야 부상을 입는 일이 적다. 본 운동이 끝난 후에도 같은 식으로 마무리운동을 한다.
만약 운동 후 갑작스레 붓고 아프거나 관절이 삐걱거리는 느낌이라면 급성 염좌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2∼3일 쉬면서 얼음찜질을 해 가라앉혀야 한다. 또 운동을 시작한 지 1∼2개월이 지나 통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 미세한 인대의 손상을 참고 운동을 계속한 까닭이다.
오 부원장은 "급성 염좌가 생긴 뒤 1∼2주가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운동을 시작한 뒤 한달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면 인대가 파열된 것이 아닌지 반드시 병원을 찾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