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입력
2004.02.23 00:00
0 0

누구나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부인께선 무얼 하십니까? 이것은 남편만 받는 질문이 아니다. 아내 본인도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직장이 있는 아내라면 직장을, 부업을 하는 아내라면 그 부업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렇게 대답해 버린다."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남편도 그렇게 말하고 아내도 그렇게 말한다. 정말 아내는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가. 십 수년째 아내와 함께 집에 있는 나는 아내가 하루 종일 집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밖에 나가 돈을 벌지 않으면 집에서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주눅든 얼굴로 그렇게 대답해야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직접 나서서 돈을 벌지 않는 일은 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을까.

"아니, 무슨 배짱으로 집에만 있는데?"

어쩌다 가사노동이 이런 농담을 가장한 폭력적인 말까지 들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각박해지면 진정 귀한 것들이 이렇게 함부로 대접을 받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돈에 눌리고 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