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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 신통치 않으면 대장암 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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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 신통치 않으면 대장암 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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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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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인 김모(45) 씨는 얼마 전부터 하루에 변을 10여 차례 이상 보고, 간혹 피가 섞이기도 해 약국에서 치질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그러나 계속 체중이 줄고 혈변을 보는 빈도도 늘어나는데다 빈혈 증세까지 겹쳐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은 김씨는 대장암이 많이 진행됐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삶의 질을 높이려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제대로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로부터 건강 장수하려면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 등 이른바 '삼쾌(三快)'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 특히 배변이 신통치 않으면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어려워지게 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배변 후 배가 꽉 막힌 듯한 중압감이 없고, 시원하게 완전히 배설된 기분이 들면 쾌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안에서만 보내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쾌변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가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 이상이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변비를 일상적인 증세로 치부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랬다가는 큰코 다친다. 변비는 대장암을 알리는 몸의 이상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변비인가

변비는 사람마다 증세가 다르지만 대개 대변 보는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인 경우를 지칭한다. 성인의 경우 적절한 장 운동을 위해서는 하루 25∼30g의 섬유소와 1.5∼2ℓ의 수분이 필요하다. 하루 두 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하거나 고기와 우유 등 섬유소가 적은 식사를 하면 정상적인 장의 연동운동이 줄어 변비가 생기기 쉽다.

또 물을 적게 마시거나 치즈나 곶감 등을 많이 섭취하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운동 부족,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긴장감도 대장 기능을 해친다. 변은 변의를 느낄 때 곧바로 봐야 하는데 자꾸 참으면 배변반사가 억제돼 나중에는 변이 대장에 꽉 차 있어도 변의를 느끼지 못한다.

신체적 원인으로는 장내 종양이 있거나 장이 꼬였을 때, 선천성 거대 결장 등 대장의 신경이나 근육에 이상이 온 경우, 파킨슨병, 뇌척추 손상,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병 등이 있어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또 정신과 질환에 쓰이는 일부 약물과 기침약, 고혈압약 등을 장기복용하거나 뇌졸중, 사지마비 등으로 장시간 누워 있어도 변비가 생긴다.

이럴 땐 대장암 의심을

대장암은 폐암, 유방암과 함께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암이다. 2002년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는 1995년에 비해 남자는 184%, 여자는 164% 증가했다. 특히 대장암의 95% 이상은 40세 이후에 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가운데 폐암과 위암, 간암에 이어 네 번째로 발생률이 높아 올해부터는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포함됐다.

만약 변비와 설사, 혈변이 계속 되면 대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대장은 길이 5m 정도의 기다란 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암이 발생하면 둘레가 좁아져 변이 잘 통과하지 못하고 연동운동에 방해를 받는다.

항문 가까운 직장에 암이 생기면 대변을 본 뒤에도 자꾸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배변을 하루 3회 이상 해도 개운치 않으면 직장암일 가능성이 높다. 혈액이나 점액이 섞인 변이 나오는 경우도 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한달 이상 혈변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복통을 느낄 수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 복통이 오고 소화불량 증세까지 나타난다. 체중이 감소하는 것도 대장암 증세 중 하나. 암이 커지면 복부에서도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으며 출혈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암이 커져 장이 막히면 배가 불러오고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을 찾는 대장암 환자의 18%가 이런 증세로 병원을 찾는데, 암 덩어리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증세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40대 이상의 성인이 갑자기 변비가 나타나거나 변이 가늘어지고 피나 점액이 묻는 경우에는 대장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꼭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비 예방이 대장암 예방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변비를 조심해야 한다. 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변비가 있으면 대변이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원활한 배변을 위해서는 식물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섬유소는 발암 물질을 흡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육류나 인스턴트식보다 과일, 콩, 오이, 고추, 현미, 밀기울, 파 등 채식 위주의 전통 신토불이 음식에 다량 함유돼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 신체가 활발히 움직이면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지고 대변의 장내 통과시간이 짧아져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서울 대항병원 대장암센터 이두석 과장은 "대장암은 주로 식생활, 배변습관 등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병하기도 하지만 대장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자신의 대장에 용종이 생기는 체질인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변비 예방하는 식습관

변비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부른 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습관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우선 아침 식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밤사이 비워둔 위는 아침 식사를 한 뒤 더욱 활발히 움직이는데 이때 대장도 덩달아 운동이 활발해진다. 아침 식후야말로 배변의 황금시간대이다.

수분 섭취는 변을 부드럽게 할 뿐만 아니라 장운동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밤에 땀을 많이 흘린 뒤 그 다음날 아침에는 탈수가 되기 쉬우므로 아침에 일어난 뒤 물 한 컵을 마신다. 보통 하루 8컵 이상이 적당하다. 그냥 생수를 마시는 것이 힘들다면 차나 음료수, 국 등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녹차에는 카테킨, 비타민(A, B1, B2, C 등), 미네랄 등이 풍부해 장 속의 나쁜 균을 없애고, 유익한 균의 활동을 촉진한다. 또 위장의 꿈틀거림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두통, 어지러움, 복부 압박감, 신경 불안정, 식욕 감퇴 등으로 발생하는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녹차에 함유된 탄닌산은 습관성 변비에 좋다. 하지만 카페인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는다. 아침이나 식후 입가심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우롱차의 탄닌 성분과 홍차의 사포닌 역시 변비 치료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약간 떨떠름한 맛이 나는 동규자차는 변비 치료,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동규자차를 많이 마실 경우 선홍색으로 튼튼해야 할 장이 두꺼워지고 검게 변할 우려가 있다. 즉 장 기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과 함께 변비 환자들이 꼭 섭취해야 하는 것은 섬유소다. 섬유소는 소화가 되지 않고 변에 포함돼 배출된다. 또한 많은 물을 흡수해 변을 부드럽고 무겁게 한다. 이를 통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변의 대장통과시간도 단축한다. 섬유소의 1일 성인 필요량은 25g, 담배를 피다가 끊은 경우에는 이보다 많은 30g 정도를 먹어야 한다.

김치나 나물류의 거친 섬유질보다는 밀기울, 현미,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는 날 것으로, 과일은 되도록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요구르트 등 발효된 유제품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온 섬유소 제품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권대익기자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강남서울외과 정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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