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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쓰리쎄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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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쓰리쎄븐

입력
200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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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당시 중국의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관영 CCTV에 출연, 한 손에 손톱깎이 하나를 들고 이렇게 호소했다. "외국 제품은 품질 등에서 이렇게 훌륭한데, 우리 제품은 왜 안 되는 겁니까. 우리도 노력해서 이처럼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냅시다." 당시 주룽지 총리가 손에 들고 있었던 손톱깎이는 바로 '777'이 선명히 찍힌 국내 손톱깎이 제조업체 '(주)쓰리쎄븐'의 제품이었다. 이 같은 유명세에 힘입어 쓰리쎄븐의 손톱깎이는 같은 해 중국 CCTV가 뽑은 3대 수입 명품에 포함되기도 했다.충남 천안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쓰리쎄븐은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매년 8,000만∼1억개의 손톱깎이를 만들어 이 가운데 90% 가량을 92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부동의 세계 1위 업체다. 손톱깎이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43.33%이고 미국에서는 58.69%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손톱깎이 단가가 개당 100∼500원 정도로 낮은데도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75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다.

피나는 브랜드 육성과 관리

쓰리쎄븐의 성공 비결은 피나는 브랜드 육성 및 품질관리에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상묵(45) 사장이 부사장이던 2001년 중국에서 벌어진 일화는 이 회사가 브랜드 관리에 얼마나 철저한가를 잘 보여준다. 김 사장은 당시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쓰리쎄븐의 불법 복제품이 무더기로 유통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그곳을 찾았다. 일일이 돌아다니며 불법 복제품을 모조리 사들여 한 고철처리 공장 용광로에 쏟아 부었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백화점에 공급되는 정품 외의 복제품은 끝까지 추적해 모두 없애고 제작자는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모습이 우연히 중국 현지 지방 TV에 방영되면서 불법 복제품이 대부분 사라졌다. 3년 전에도 인도네시아와 파라과이에서 상표를 무단 도용하려던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현재 진행중이다. 98년에는 '777'을 쓰는 미국 항공업체 보잉사와 브랜드 상표권 싸움을 벌여 사실상 공동 사용권을 얻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문자부착상표(OEM) 방식에 안주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쓰리쎄븐은 90년대 중반부터 독자 브랜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유망 시장인 중국·동남아시아에서 처음부터 독자 브랜드로만 판매하며 고급스럽게 광고와 홍보를 한 것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아낌없이 브랜드를 키우는 일에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쓰리쎄븐의 '777' 제품은 중국에서 현지 업체가 만드는 제품보다 10배 가까이 비싸게 팔리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높을 정도다. 창업주인 김형규(69) 회장은 "미국엘 갔더니 우리가 생산한 똑 같은 제품인데도 브랜드에 따라 최고 3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역시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자체 브랜드 육성 작업에 온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철저한 품질관리만이 살길

브랜드 육성 작업도 철저한 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손톱깎이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40여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까다로운 품목이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김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천안에 정착, 잡화상을 하다 60년대 중반 형과 함께 손톱깎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형과의 의견 차이로 75년 독립했다. 김 회장으로서는 만 40여년을 손톱깎이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런데다 다른 동종업체와 달리 일찍부터 공장자동화 설비를 갖춰 이 회사만의 품질 노하우가 충분하다. 하지만 요즘에도 완제품을 대상으로 3차례 이상 품질관리 검사를 할 정도로 철저하다. 김 회장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브랜드 유지가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객의 신뢰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쓰리쎄븐은 브랜드와 로열티 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3월 홍콩의 하나야카사에 '777' 브랜드를 사용해 중국과 홍콩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제조원가의 8%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올해 5억원 정도의 로열티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또 그동안 육성해 온 '777'브랜드를 주방용품, 레져용품, 공구류 등에 부착해 수출 뿐 아니라 국내 대형 할인매장, TV홈쇼핑 등에 판매하는 브랜드 사업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빼앗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며 "정상을 지키기 위한 쓰리쎄븐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쓰리쎄븐 어떤 회사

(주)쓰리쎄븐(www.threesevencorp.com)의 역사는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형규 회장과 김 회장의 형은 당시 미제 손톱깎이인 '트림(TRIM)'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제품은 미군부대에서 나온 드럼통을 자르고, 자동차휠로 지렛대를 만들어 완성했다. 손톱깎이라기 보다는 '손톱뜯기'라고 할 정도였다. 이후 품질 개선을 통해 수출을 추진했으나 형이 반대하자 김 회장은 75년 독립한 뒤 한 업체를 인수, '대성금속'으로 상호를 바꿨으며 2001년 '쓰리쎄븐'으로 다시 바꿨다. OEM 방식으로 생산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자동화 설비와 품질관리에 투자하면서 양산체계를 갖춰 87년에는 500만달러, 이듬해엔 1,0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크지않아 성장세가 주춤하자 90년 손톱깎이와 함께 미용에 필요한 여러 기구들을 넣은 '매니큐어 세트'를 개발하면서 매출액도 급증했다.

현재 쓰리쎄븐이 생산하는 손톱깎이는 50여종 8,000만∼1억개로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회사측은 96년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현지공장(종업원 280명)을 건설한 데 이어 올해도 저가 제품 3, 4종을 생산할 공장 한곳을 중국에 지을 예정이다.

또 올해는 브랜드사업과 로열티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그동안 투자해온 브랜드를 이용해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쓰리쎄븐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익은 각각 302억원, 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신규사업을 포함, 매출액 380억원과 당기순이익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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