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밭에서 키 작은 아파트로, 이젠 최고급 주거단지로….' 서울 잠실 저밀도지구의 주공1단지가 19일 서울시 재건축 사업 시행인가 시기조정위원회에서 통과돼 이제 구청의 재건축 사업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5개 저밀도지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잠실지구의 모든 단지에서 재건축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1970년대 강남 개발바람을 타고 한강의 모래톱과 뽕나무밭 위에 저층 아파트 숲을 이뤘던 41만평 규모의 잠실지구. 이르면 2007년부터 새 아파트 입주를 시작해 2010년께면 중대형 평형의 17∼36층짜리 프리미엄급 고급 주거단지로 두번째 변신을 하게 된다.강남구 능가하는 최고급 주거공간으로
잠실주공 1∼4단지와 시영아파트 등 5개 단지의 잠실 저밀도지구는 1975∼76년 건설된 10평형대 5층짜리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단지가 2002년 3월 가장 먼저 사업 승인을 받았고 3단지, 2단지, 시영아파트가 그 뒤를 이어 현재 주민 이주 및 철거공사가 진행 중이다.
1단지의 사업추진이 늦었던 것은 조합원간 갈등이 다른 곳보다 심했기 때문. 상가 동의 문제로 재건축 결의 무효확인 소송이 제기됐고 조합이 2심에서도 패소,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등 사업 승인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그러나 송파구는 "민사 소송의 법적 문제는 참고 사항이지 사업 승인 등 행정처분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밝혀 조기 승인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조합측도 "구청과 협의가 시작돼 내달 중 반드시 사업이 승인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잠실 저밀도 재건축이 모두 완공되는 2010년께 잠실 일대는 서울의 최고급 거주지로 다시 태어난다. 개발에 들뜬 주민들은 '제2의 강남'이라는 수식어도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한강을 옆에 끼고있는 데다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 잠실종합운동장이 코앞이다. 또 롯데월드 같은 놀이시설에 백화점, 쇼핑센터 등 생활 편의시설이 한데 몰려있어 아파트만 깨끗하고 넓어지면 강남도 부러워할 최고 거주지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저밀도지구도 사업 박차
잠실지구 재건축이 탄력을 받으면서 서울의 총 5개 저밀도지구의 70% 가량의 재건축일정이 가시화하게 됐다. 청담·도곡지구와 암사·명일지구는 지난해 12월 각각 개나리2차·도곡2단지와 강동시영1단지의 사업 승인을 마지막으로 모두 재건축에 들어갔다. 3개 지구로 구성된 화곡지구의 경우 1지구는 이미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고 2지구가 현재 강서구청에 사업승인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3지구는 조합원간 합의가 원만치 못해 사업 진척이 늦다.
문제는 이제껏 1개 단지도 재건축 승인을 받지 못한 반포지구다. 총 34만평인 반포지구는 41만평의 잠실과 면적은 큰 차이 없지만 가구수는 9,020가구로 잠실 2만1,250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가구당 대지 지분이 크고, 이미 32∼64평형대의 대형 평수 단지가 혼재돼 있는 특수성 때문에 소형평형을 의무화한 규정에 맞춰 재건축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난해 소형평형 비율을 60% 이상으로 한 9·5조치 이후 그나마 재건축을 추진하던 몇몇 단지들도 손을 놓은 상태. 저밀도지구에 적용된 285%의 용적률에 의무 소형평형 비율을 맞추다 보면 40평형대 중형은 없고 소형과 70∼90평형대 대형평수만으로 구성된 기형적 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반포 주공3단지만이 의무 소형평형에 맞춰 2(전용18평 이하)대 4(25.7평이하)대 4(자율평형) 비율로 재건축 계획을 시에 올려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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