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슨 웹'(www.personweb.co.kr)이 만난 사람은 200명에 이른다. 언어를 문자로 옮기는, 인간의 두 가지 소통수단이 함께 하는 인터뷰라는 형식에 매혹된 20, 30대 젊은이들 10여 명이 모여 '인터넷 전문 웹진 퍼슨웹'을 만들어 활동한 지 4년 째다.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녹음하고 글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이 컴퓨터 화면으로만 제공했던 인터뷰 내용을 종이책에 옮겨 '퍼슨웹 인터뷰 앤솔로지'(이가서 발행)를 펴냈다. 그간의 인터뷰 중 영화감독 박찬욱과 봉준호, 보일러공 시인 이면우, 현장미술가 최병우, 만화가 박건웅 등 다섯 명을 선정해 실은 책이다. 퍼슨웹은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인터뷰 앤솔로지를 펴낼 계획이다.
"한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두 달 정도 준비합니다. 최소한 2, 3차례 편집회의를 하고, 그의 저서와 앞서 나온 신문기사 등 자료를 수집하고,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그 사람에 관한 뒷얘기를 모아요. 예상 질문을 20개 정도 추리지요." 퍼슨웹 편집장 김성환(32)씨가 소개하는 인터뷰 준비 과정이다.
이렇게 만든 질문으로 '무장'을 해도 실제 만난 사람은 예상을 뒤엎곤 했다. 박찬욱 감독을 인터뷰한 김기창(26)씨는 "처음 몇 질문을 던졌을 때 친절하지 않은 답변이 왔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은 "좌냐 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감독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하자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짧게 답하다가, "영화 '복수는 나의 것' 흥행이 좋지 않아 '관객에게 배신당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비로소 조금씩 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상대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얘기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보일러공 시인 이면우씨를 인터뷰한 지영균(27)씨는 아예 질문지 전체를 다 버려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가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기대를 배반당한 것이 더욱 소중한 체험이 됐다고 지씨는 말했다. "인터뷰 대상이 잘 알려진 사람인 만큼 만나기 전에 인상을 그려놓게 된다. 막상 얼굴을 맞대면 인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고 천정환(35)씨는 소감을 밝혔다.
천씨는 "앤솔로지로 묶인 다섯 명은 진보적인 태도로 예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생각이 비슷할 거라는 편견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실제 만남을 통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발견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귀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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