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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1> 천식환자가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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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1> 천식환자가 많을까

입력
200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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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은 기도가 좁아지면서 정상적인 호흡이 불가능해지는 병이다. 과거 의학자들은 외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나 혹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기도가 갑자기 꽉 막히는 증상 정도로 천식을 이해했으나, 최근에 만성염증 때문에 기도가 과민해지면서 호흡곤란 기침 가슴 압박감 쌕쌕거림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천식환자, 여성이 더 많아

천식 환자는 여성이 더 많다. 천식은 진단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환자 통계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전세계적으로 천식환자의 55∼60%가 여성으로 알려져있다.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천식회의(WAM)에서 발표된 통계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2배(러시아), 혹은 3배(콩고)나 천식이 많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WAM에서 만난 남아프리카 UCT폐전문병원의 에릭 베이트만박사는 "아직 여성이 왜 남성보다 천식환자가 많은지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임신 기간중 천식이 악화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망률(유럽 천식사망자의 57%가 남성)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남녀 비슷하게 천식이 발생하지만 남성은 건강문제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유병률이 낮게 나올 뿐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사망률에서 남성이 높은 것은 높은 흡연률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에 따라 증세 변화 심해

천식의 또 다른 특징은 연령에 따라 증상의 변화가 심하다는 점이다. 2001년 발표된 아시아태평양지역 천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6∼7세는 15.3, 13∼14세는 7.7%였다. 일반적으로 10대 소녀는 소년에 비해 천식이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내과팀이 2000년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천식 유병률은 20∼39세 2, 40∼54세 7.7, 65세 이상에서 12.7%를 각각 나타냈다. 어린 나이에 심하다 20∼30대에 확 줄었다가 60대에 이르면 다시 천식이 급증하는 패턴이다. 베이트만박사는 "어린 나이에 천식이 발병할수록, 천식이 일생동안 지속될 확률이 높다"면서 "반대로 천식증상이 늦게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나중에 증상이 좋아질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천식이 줄어드는 이유를 면역계도 성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인이 돼 다시 천식이 심해지는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임신하면 천식 더 심해져

임신을 하면 천식환자의 약 3분의 1은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마이클 시하츠박사 발표에 따르면 특히 임신 24∼36주에 중증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호르몬 변화가 천식악화의 잠재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증거다.

그렇다면 임신부가 천식약을 투약해도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많은 연구는 임신부가 천식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태아에게 산소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엄마의 천식은 조산아 저체중아 사산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천식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임신 중에도 천식약은 계속 복용해야 하며, 최근 선보이는 천식약은 산모나 태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약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모유수유는 산모에게 천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가 천식일 때 자녀 천식 확률 더 높아

아빠보다는 엄마가 천식일 때 자녀가 천식에 걸릴 확률이 4∼5배나 높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교수는 "성염색체가 천식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아빠보다는 엄마와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은 엄마와 동일한 환경에 자녀들도 노출된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환경적 요인이 천식발생에 중요한 인자라는 주장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베이트만박사는 "임신기간동안 여성이 천식이 악화되는 원인도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먼지 진드기와 같은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천식은 선진국병?

천식은 선진국일수록 유병률이 높다. 영어권 국가인 미국 영국 뉴질랜드 같은 나라의 경우 전인구의 10%가 넘는다. 의사들은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 즉 도시화와 산업화때문에 천식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으며, 담배 연기, 오염된 실내외 공기, 차량 배기가스도 천식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바퀴벌레, 집먼지진드기, 곰팡이등 많은 요인들이 천식을 유발하는데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학자는 식습관의 변화를 유병률의 증가 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무조건 운동 제한해야 하나?

흔히 운동도 천식 유발요인중 하나로 꼽히지만 새로운 치료개념은 운동을 천식증상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조상헌교수는 "운동은 무작정 피할게 아니다"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오히려 천식환자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물론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는 것은 천식환자에게 상당히 나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을 하려는 천식환자는 평소 자신의 증세를 잘 조절하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현재 50m 배영 최고 기록 보유자이기도 독일 수영선수 산드라 뵈커(29)의 사례는 신체 활동 제한을 당연하다고 인식해온 천식에 이해와 치료법이 잘못임을 보여준다.

산드라는 기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통해 여전히 스포츠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수영선수의 약 15%는 천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천식악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천식을 앓고 있는 성인의 27%, 소아의 37%가 천식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치료를 하면 확실히 좋아지는 병이기 때문에 자칫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천식으로 인한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교수는 "천식 치료의 목표는 증세의 '완전 조절'"이라면서 "증세가 악화돼 병원 응급실이나 찾는 것은 천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완전조절이란 환자의 삶이 정상인과 같은 삶의 질을 누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나 환자 모두 병을 조절하겠다는 기대나 의지가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편"이라면서 "천식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예방할 수 있는 병이자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yjsong@hk.co.kr

● 세계천식회의서 만난 필리핀의사 마테오씨

"초등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천식때문에결석이 잦았지요. 부모님은 결석으로 놓친 시험을 다시 보게 해달라고 교사에게 부탁하는 게 일이었고…."

필리핀에서 폐질환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마리아 파즈 마테오씨(사진)는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천식회의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천식 치료 이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밝혔다.

새로운 천식치료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마음대로 먹을 수도, 활동할 수도 없었다. 알레르기 유발검사 후, 해조류 초콜릿 계란은 어려서부터 그에게 금기식품이 됐다. 천식발작에 대비해 늘 호주머니엔 흡입기를 넣고 다녀야했고, 아빠는 집안에 산소탱크까지 들여놓았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숨이 가쁘고 쉽게 피로해져 댄스파티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조차 없었다. 체육시간엔 한쪽 구석에 앉아 친구들이 운동하는 것을 지켜볼 뿐 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천식 치료를 시작한 이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전환했다. 기도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흡입용 스테로이드와 장시간 지속형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한 이후 마테오씨는 트레드밀에서 매일 30분씩 뛸 수 있게 됐다. "숨을 헐떡이지 않고 배드민턴도 치게 됐고, 에어로빅 강습도 받게 됐습니다" "밤에 잠을 푹 자게됐어요. 자다가 천식발작이 일어나지 않을까 더이상 걱정하지 않게 됐지요. " 그녀는 자신이 다른 환자들의 역할모델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방콕=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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