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 공부하게 되다니 정말 기뻐요."러시아 사할린의 한인 후예들이 국내외 동포들의 도움으로 고국의 대학에 입학해 학문의 꿈을 펼친다. 23일 부산 동서대에 입학하는 이순희(23·여·영어 전공 3년), 강리나(23·여·일본어 전공 3년), 박알렉세이(24·컴퓨터인터넷 전공 3년), 정마리나(21·여·디지털디자인학부 1년), 우미하일(20·국제관계학부 1년)씨 등 5명이 그 주인공.
동서대가 올해 첫 시행하는 '사할린 동포 인재양성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서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된 이들에게는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된다. 생활비로 매달 지급되는 150만원(1인당 30만원)은 미국과 일본의 한인 동포와 동서대 교직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동서대는 미주지역과 일본 동포들을 상대로 한 모금운동도 펼쳐 지원을 약속 받았다.
이 장학 프로그램은 사할린 동포들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소외된 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능력 있는 한국계 러시안으로 성장시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할아버지의 고향이 부산이라는 정마리나씨는 "디자인을 더 배우고 싶어 할아버지의 나라에 왔다"며 "정말 오고 싶었던 한국에서 공부하게 된 만큼 최선을 다해 디자인 학문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할린국립종합대 동양학부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이순희씨는 "조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23일 열리는 입학식에는 사할린주 한인회 박해룡 회장과 일본의 월드동포네트워크 김명자 대표가 참가해 입학을 축하할 예정이다. 동서대 국제협력위원장 장제국 교수는 "사할린 동포의 운명적 희생은 우리 민족 모두의 부채이고,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의무"라며 "우수한 동포 젊은이들을 더 많이 초청해 대학교육의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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