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소꿉친구 이춘희에게.이국에서 살다 보니 고향에서 너와 함께 뛰놀던 시절이 더욱 그리워지는구나. 지금쯤 손주를 안고 즐거워하고 있을 네 모습을 상상하며 이 글을 쓴다.
너를 처음 만난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아직도 찬바람이 제법 매섭던 1960년 초에 우린 전남 구례군의 어느 초등학교 4학년 5반에 편성됐지. 예쁘고 명랑하고 친절하던 너는 금방 나의 눈에 띄었고 친구가 됐지. 우린 학교에서 10여분을 걸어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진강변 모래밭에서 술래잡기를 하곤 했지. 어찌나 물이 맑은지 물 속에 물고기가 훤히 들여다 보였단다. 저녁 노을을 받아 반짝이던 강물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우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변의 밭에 들어가 옥수수나 고구마를 뽑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너는 교회 장로이던 네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의 손을 억지로 이끌고 교회로 데려가곤 했단다.
봄이면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겨울이면 화분의 선인장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곳. 아, 그리고 교회당 안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한번 쳐보고 싶었지만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단다.
춘희야, 넌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전학을 갔지. 편지와 사진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식이 끊기고 말았구나. 네가 보내준 사진에는 단발 머리에 가방을 들고 서울 도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더구나. 난 그 사진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단다. 너도 내 생각을 많이 했으리라 짐작한다.
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살고 있다. 이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고 어른이 된 자식들이 있단다. 세월이 참 빠르지? 당시 우리와 같이 어울리던 진영금, 권희숙, 신남순, 신광숙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춘희야. 이 글을 읽거든 꼭 연락해다오.
/정은자·460 Highland Ave. Palisades Park, NJ 07650.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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