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가까운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에 칩거하며 자신의 진퇴를 둘러싼 당내분 수습방안을 모색해 온 그가 대표직 유지라는 정면돌파 대신 퇴진을 택한 것이다. 소장 개혁파들이 주도한 퇴진요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나라당의 위기의식과 맞물려 광범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최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헌에 따른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가 퇴진공세에 밀려 도중하차하는 것은 절차가 중시 돼야 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최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수사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이회창 책임론을 제기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쳤고, 이는 결국 퇴진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급변하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질서를 창출하자면 먼저 자신을 던져야 하는데도, 구태의연한 대응 끝에 참담한 상황을 맞은 셈이다. 최 대표의 퇴진은 기득권에 연연해 하는 정치권에 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최 대표 퇴진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의 수렁을 벗어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내분의 뿌리가 깊고 그동안 축적된 여러 모순이 일거에 터져 나오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먼저 공천을 끝낸 뒤 새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를 열자고 했지만, 내분의 원인 중 하나에는 공천에 대한 불만도 있다. 리더십 부재상태의 결정이 수용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내분과정에서 수도권 소장의원들이 주축이 된 개혁파와 영남 중진들이 중심이 된 원로그룹 등은 총선에 임하는 입장은 물론, 정국의 향후 방향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노출 시켰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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